전국 최고 장수마을의 노인들
충북 괴산군 장연면에서 김오분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 한춘남 씨(78·오른쪽)가 지난해 5월 괴산군수로 부터 받은 효행자 표창장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김 할머니는 올 11월이면 주민등록상 만 100세가 된다. 괴산=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수은주가 30도를 훌쩍 넘은 25일 오후. 충북 괴산군 장연면 미선로 5가 6길 전형적인 농가주택 툇마루에서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던 김오분 할머니는 장수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김 할머니의 생년(生年)은 주민등록상 1916년이다. 올 11월 생일을 맞으면 만 100세가 된다. 그러나 실제 태어난 해는 1913년. 김 할머니는 “우리 땐 태어나자마자 죽는 아이가 많아 호적에 늦게 올리는 게 보통이었어. 나도 진짜 나이는 세 살 많아”라며 웃었다.
9남매를 둔 김 할머니는 셋째 아들 한춘남 씨(78)와 단둘이 살고 있다. 첫째, 둘째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몇 년 전 아내와 사별한 한 씨는 “어머니는 고기반찬은 입에 대지 않고, 항상 소식(小食)을 하신다”고 말했다. 그 대신 자연식 위주로, 식사를 거르지 않는단다. 한 씨는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치아 말고는 건강한 편이라는 결과였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고령자 수는 괴산군이 42.1명으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많다. 올해 6월 현재 괴산군의 인구는 3만8100여 명. 통계청 발표로 추산하자면 100세 이상은 16명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5명 많은 21명에 이른다. 괴산군이 전국 최고 장수 마을로 떠오른 비결은 뭘까.
○ “노인들이 만족하는 지원책에 중점”
괴산군은 이 외에도 노인위생용품 지원, 경로식당 운영, 단기 가사서비스 지원, 홀몸노인 응급안전돌봄이 지원 등 노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시행 중이다. 박은순 괴산군 경로재활팀장은 “눈에 보이는 실적보다는 실제 혜택을 받는 노인들의 눈높이에서 그분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내 몸은 내가”…노인들끼리 동아리 활동도
“전에는 운동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요즘 또래 할머니들과 함께 걷는 재미가 쏠쏠해요.” 청안면에 사는 이광출 할머니(72)는 매일 저녁 동네 할머니들과 마을 주변을 30여 분 동안 천천히 걷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걷다 보면 우애도 좋아지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이 걷기 모임의 이름은 ‘산 넘고 물 건너’다.
이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건강에 관심을 쏟게 된 것은 괴산군 보건소의 ‘노인 건강 증진사업’ 덕분이다. ‘중풍 없는 100세 괴산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50개 마을을 선정해 노인들에게 혈압, 당뇨 등 ‘자기 혈관숫자 알기’를 교육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게 돕는 것이다.
실제 응답한 대로 100세 이상 고령자들은 절제된 생활습관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식품군으로 채소류(53.6%)를, 가장 싫어하는 식품군으로는 육류(17.4.%)를 꼽았다. 또 전체의 72%가 술, 담배를 평생 입에 대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면 ‘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즐거움이나 기쁨을 매우 잘 표현(16.5%)하거나 잘 표현(32.9%)한다는 응답자가 50%에 육박해 부정적인 응답(23.6%)보다 훨씬 높았다. 슬픔이나 노여움을 표현하는 데 능숙한 고령자도 45.1%에 달했다.
괴산=장기우 straw825@donga.com / 세종=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