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中 외교부장, 한국엔 냉랭… 北엔 밀착

ARF 외교회담서 “사드, 신뢰 훼손”… 北이용호와는 “쌍무관계 발전 논의”
윤병세-이용호 조우 “반갑다” 악수

南-北-中라오스 외교전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 사진 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4일 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왕 부장은 한중 양자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유감을 표시하며 시종일관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왕 부장은 25일 정오에 가진 이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 사진 오른쪽)과의 북-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회의장 밖으로 나와 이 외무상을 친근하게 맞이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외교부 제공·채널A 화면 캡처

라오스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가 각국의 외교 각축장으로 변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5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는 점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는 한미 연합 방위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 아웅산 수지 미얀마 외교장관과 양자회담도 가졌다. 윤 장관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국립컨벤션센터 휴게실에서 조우해 “반갑다”며 악수를 나눴지만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전날 한중 심야 회담에서 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5일 중-아세안, 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잇달아 가진 뒤 기자회견을 자청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자국의 원칙을 집중 홍보했다.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아세안 외교 무대에서도 이어간 셈이다.

북한도 중국과 2년 만에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 외무상은 이날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왕 부장을 만났다. 북한 도발에 따른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북한과 공식 회담을 가진 것 자체가 주목된다. 회담 직후 북한 당국자는 “조(북)-중 두 나라의 외무상 접촉이 있었고 쌍무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고 말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했다”고 공개해 ‘북핵 불용’만큼은 변함없는 태도를 나타냈다.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 회의(AMM)는 이날 지난해보다 강화된 ‘북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촉구 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북한의 도발 행위를 명시하고 유엔 결의 2270호 등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비엔티안=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