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피부과, 기자는 이곳에서 최근 강남 수험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일명 ‘두뇌활성 주사’를 맞아봤다. 첫 방문이었지만 간단한 신상 정보만 작성하자 간호사는 곧바로 주사실로 안내했다. 의사면담도 거치지 않고 바로 주사를 맞았다. 간호사는 수액 주머니에 주사제 앰플 3개를 투입하며 성분명을 말해줬다. 그게 전부였다. 그 누구도 기자의 몸 상태를 묻거나 주사의 효능, 부작용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 수험생 인기인 두뇌활성주사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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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주변 대다수 개인 병원에서는 두뇌활성 주사를 놔주고 있었다. 가격은 6만~10만 원까지 다양했다. 주요 고객은 각종 시험을 앞둔 학생들. 기자가 방문한 병원 간호사는 “고3 수험생이 특히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남구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모 씨(19)는 “졸업 전에 머리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엄마 손에 이끌려 한 번 맞아봤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는 수액 주사를 맞는 50분 동안 낮잠을 잤다. 주사를 다 맞고 나니 몸이 조금 개운한 듯 했지만 주사 때문인지 낮잠 때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수액 주사의 효능이 불분명한데도 일부 병원에 가면 마치 쇼핑하듯 주사를 골라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사도 엄연히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지만 의사 진료는 형식적이거나 아예 생략하기도 한다. 반면 홍보에는 적극적이다. 수액 주사 처방을 주로 하는 병원 웹사이트엔 주사의 효능과 효과를 강조한 문구가 수두룩했다. 기자가 방문한 병원도 두뇌활성주사에 대해 ‘학습능력, 집중력, 기억력 향상을 돕는 주사’라고 홍보하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내용은 전무했다.
● 효능 불분명한 수액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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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런 주사가 체내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다”라며 “단 마구잡이로 섞을 경우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들이 이처럼 수액 주사 처방에 열을 올리는 것은 수익 때문이다. 수액 주사는 비급여 항목이라 병원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환자 일부는 일부러 값비싼 수액 주사 처방을 선호하기도 한다. 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처방한 수액 주사라면 보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가 내는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4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낸 비급여 본인부담금 중 주사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21.5%에서 2014년 30.5%로 증가했다. 강 교수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길 원하는 소비자와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병원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말했다.
● 의사의 자정 노력과 환자의 인식 개선 필요
현행 법령상 프로포폴,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쓰는 게 아니라면 여러 가지 성분을 섞어 놔주는 수액 주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사에 대한 적절한 처방은 전적으로 의료진의 양심에 맡겨져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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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