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탁 도박관리센터 원장… “경기 결과만 맞히던 예전과 달리 1회 볼넷 등 베팅 방식 세분화돼… 현역 선수들 가담 가능성 커져”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이 카드를 손에 쥐고 세계 각국의 도박 서적이 놓인 책상에 앉았다. 그는 도박을 공부하기 위해 ‘소싸움’을 제외한 모든 게임을 다 경험했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최근 몇 년 새 스포츠 선수들이 불법 도박의 ‘플레이어’로 부쩍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황현탁 원장(63)을 만나 물었다. 2008∼2010년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부회장으로 일한 그는 지난달부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을 맡고 있다.
황 원장은 “야구를 대상으로 한 불법 스포츠도박을 보면 1회에 볼넷을 주는지, 실점하는지 각종 변수에 따라 베팅할 수 있게 세분화돼 있다”며 “경기 결과만 맞히던 방식보다 선수가 직접 불법 도박에 가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도박 전문가다. 사행성(射倖性) 게임을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각국의 도박산업 현황과 복권·도박에 빠지는 심리 등 이론에 능하다. 행정고시(15회)에 합격해 문화공보부, 국정홍보처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해 온 그가 도박에 심취한 계기가 궁금했다.
황 원장은 “남성들은 게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를 스포츠 전문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자기도 모르게 중독되는 경우가 있다”며 “문제는 내기 대상이 스포츠다 보니 도박이 아닌 게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박이 술이나 담배보다 끊기 어렵다며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술이나 담배는 중독되면 어느 단계부턴 티가 납니다. 도박은 중독돼도 겉으론 멀쩡하거든요. 도박에 너무 깊이 빠진 것 같으면 무조건 상담을 받으셔야 합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