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삶에서 도피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설레는 내일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 ‘나의 산티아고’(맨위쪽)와 ‘와일드’는 같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사 진진 제공·구글이미지
‘나의 산티아고’는 독일 유명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데비트 스트리조프)의 실화가 원작이다. 삶의 허무함을 이기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에 나선 총 42일간의 여행을 그렸다. 영화 ‘와일드’가 엄마의 죽음 이후 마약과 섹스로 만신창이가 됐다가 미국 도보여행에 나섰던 여성 셰릴 스트레이드(리스 위더스푼)를 다뤘듯이. 두 작품은 쌍둥이처럼 ‘지금 걷고 있는’ 현재와 ‘한때 걸어야 했던’ 과거를 넘나든다. 이들에게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떠나는 계기와 목적이 분명한 ‘순례’다. 산티아고 초입 길에서 하페가 되뇌던 말처럼. “너무 오래 잊고 지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끝장난다.”
셰릴도 마찬가지였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를 아이를 임신했다 낙태한 뒤 그는 자신을 세상에 내놓은 어머니를 떠올린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돌아갈 거야.”
광고 로드중
머나먼 도주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는지. “궁극적인 순례의 목표는 변화된 나로 새로 태어나는 것”(‘산티아고 길의 마을과 성당’의 저자 홍사영 신부)이란 말처럼 그들은 마침내 환생했을까. 카메라는 여행 이후의 삶까지 따라가진 않는다. 단지 하페가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남긴다. “내 안에서 커다란 종이 울렸다. 그 소리는 계속될 것이다.” ★★★☆(★ 5개 만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