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갈등]성주 방문 총리일행 - 주민대표 ‘45분 버스대화’ 논란
생각에 잠긴 黃총리 황교안 국무총리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68주년 제헌절 기념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오후 국민안전관계장관회의에선 “우리나라도 테러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총리는 15일 사드 배치가 결정된 경북 성주 방문 당시 계란, 물병 투척 세례를 받았다. 황 총리는 18일 새누리당 일부 초선 의원을 만나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민구 국방장관
동아일보가 17일 입수한 녹취 파일에 따르면 한 장관은 군사기밀인 패트리엇(PAC-2) 미사일 부대 배치 사례를 들며 주민들을 설득하려 했고, 황 총리는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후보지 선정 절차 무시를 정당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 한 장관, 주민 설득 위해 군사기밀 누출
주민대표 5명이 황 총리와 한 장관이 있던 미니버스를 찾은 것은 당일 오후 4시 반경. 당시 버스 안에는 성난 성주군민들을 피해 황 총리, 한 장관 등 10명이 피신해 있던 상태였다. 배치 예정지 이장과 인근 마을 보존회장, 지역 출신 대학생 등 5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 정영길 경북도의원과 함께 ‘협상버스’를 찾았다. 이들의 대화는 45분여간 이어졌다.
한 장관은 지역 출신 국회의원에게 ‘의도적으로’ 사실을 알리지 않았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발표 전부터 개인적으로도, 공식적으로도 얘기했는데 기자들에게만 알리고 내게는 문자 하나 보내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표현하자 한 장관은 “말씀 안 드렸던 부분은 제 불찰”이라며 곧바로 사과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알릴 경우 주민들에게도 곧바로 공개될 것을 계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황 총리, “먼저 알리면 할 수 없어”
황 총리는 주민대표들과의 대화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의도적으로 숨겼음을 밝혔다. “(사드 배치 관련 내용들이) 밖으로 나가게 되면 사드 배치라는 과제가 이뤄질 수 없어 사전에 말할 수 없었다”고 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이미 전국 여러 곳에서 반대가 있었다. 성주 주민들에게 먼저 알려 논의하자고 하면 좋은데 결과적으로 배치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총리를 만난 주민들은 “(성주 사드 배치) 재논의를 약속해주면, 그 말 한마디면 물러가겠다”며 성주 지역 사드 배치 재논의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총리는 “저도 손자 손녀가 있고 애들 키웠다. 아이들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문을 연 뒤 “여러분이 지금 (사드 배치 재논의 관련해) 말씀하신 것들을 논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주민대표들은 황 총리에게 버스 밖으로 나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이 뜻을 직접 밝혀줄 것을 요구했지만 황 총리는 일부 주민이 격앙돼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 총리, 장관과 달리 울분에 찬 주민들
대화 내내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황 총리, 한 장관과 달리 주민대표들은 울분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학부모는 황 총리와 한 장관에게 “아이들이 일기장에 ‘사드는 반대합니다. 나는 학교하고 선생님이 좋고 친구들이 좋습니다’라고 썼다”며 “사드가 뭔지도 모르는 애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자리에 있던 한 여대생은 “성주 사람들 밥 먹다 TV 보고 이 사실 알았다”며 섭섭함을 표현했다.
황 총리와 한 장관이 현장을 떠난 뒤 이틀이 지났지만 17일 현재 정부는 성주 군민들의 불만을 달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성주=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