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간) 드디어 디오픈이 개막했다. 새벽부터 골프장에 나와 마지막 점검을 시작했다. 동이 터 오르는 드라이빙 레인지는 마치 그림처럼 멋졌다. 클럽하우스 안에 전시된 우승트로피 ‘클라렛저그’를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은 감동이 전해왔다. 잠시 트로피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진제공|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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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이상희의 첫 디오픈 출전기 <2>
투어 6년차 이상희(24)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디오픈(The Open) 무대에 섰다. 지난 5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즈노오픈 공동 2위를 기록해 출전 기회를 잡았다. KPGA 투어 최연소 우승(2011년 NH농협오픈·19세6개월10일), 통산 3승을 기록한 이상희가 첫 디오픈 출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로열 트룬 골프장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설렘은 계속됐다. 디오픈이라는 글자만 봐도 심장이 ‘쿵쾅’ 거리며 뛰는 것이 괜히 메이저대회가 아니었다.
수요일에는 후배 이수민과 함께 연습라운드를 했다. 그 전에 잠깐 클럽하우스를 돌아보며 디오픈의 감동을 느껴봤다.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클라렛저그를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은 감동이 전해졌다. 디오픈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우승트로피에서도 기품이 느껴졌다. 조금은 낡은 듯 했지만 그 어떤 우승트로피보다 멋져 보였다. 잠시 트로피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끝내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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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기는 했지만 연습라운드를 잘 끝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깊은 러프, 악마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벙커와 딱딱한 그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낯선 풍경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TV에서만 보던 스타들과 함께 연습하고 그들 옆에 서 있는 내 자신이 어색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각오를 되새길 시간이 됐다.
벌써 오래전의 일이 됐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와 함께 미국 PGA 투어 Q스쿨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2차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그 이후 PGA 진출의 꿈을 버린 적이 없다. 디오픈 출전으로 다시 한번 다짐의 시간을 갖게 됐다.
드디어 대망의 디오픈이 개막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날씨는 조금 더 쌀쌀해졌고, 코스의 느낌은 차분하면서도 조용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연습장으로 향했다. 동이 터오는 연습장의 풍경은 그림같았다. 아무도 없는 드라이빙레인지에서 공을 날리며 마지막 점검을 했다. 30분 정도 몸을 푼 뒤에는 연습그린으로 이동했다. 그린의 속도며 퍼트 감각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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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할 시간이 조금은 부족했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골프백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반나절 이상을 허비한 게 못내 아쉽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것이다. 후회없이 경기하자. 난 잘 할 수 있어! (스코틀랜드에서)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