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대금과 ‘車 뇌물’까지 연결땐 ‘하나의 범죄’ 간주… 공소시효 남아 김정주 “역할 기대하고 돈 줬다” 진술… 넥슨, 이명박정부 초기 홍보 활발 진경준은 자수서에서 대가성 부인 진경준과 대학동기 대한항공 임원들 ‘탈세 내사’ 당시 서초동 자주 찾아
피의자 陳 “과오 숨긴 점 사과” 김정주 NXC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진경준 검사장이 조사실로 가기 전 청사 현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죄송하다”며 심경을 밝히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김정주 NXC 회장(48·넥슨 창업주)이 진경준 검사장(49)에게 제네시스 승용차를 건넨 시기는 진 검사장이 이명박(MB) 정부 인수위원회 파견을 다녀온 직후인 2008년 초순경인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또 진 검사장은 검사 신분으로 넥슨 외에 다른 기업 여러 곳에 차명으로 억대 주식투자를 했고 검사장 승진 심사를 앞두고 대량 매각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14일 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수뢰 혐의를 집중 추궁한 뒤 긴급체포했다.
○ 김정주, “든든한 ‘백’이 될 걸로 기대하고 줬다”
특히 검찰은 넥슨이 10년이 넘도록 진 검사장의 든든한 ‘스폰서’ 역할을 해온 만큼 2005년 비상장 주식 대금 4억2500만 원→2006년 넥슨재팬 주식으로 교환→2008년 초순 제네시스를 건넨 과정을 ‘하나의 범죄’로 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008년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하게 되면서 ‘시효 완성’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진 검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그동안 저의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초췌한 표정이던 진 검사장은 자신의 이중적 행태를 꼬집는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말을 몇 차례 더듬었다.
○ 陳, 인수위 파견에 검찰총장 심복으로 승승장구
공교롭게도 넥슨은 MB 정부 초기인 인수위 시절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당시 인수위 고위관계자와 인수위원들이 넥슨 본사를 방문해 넥슨 대표 및 연구진과 직접 온라인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됐다. 넥슨의 인기 게임인 ‘메이플 스토리’의 개발실을 찾아 개발 환경과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둘러보기도 했다.
진 검사장은 특히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총장에 임명되면서 인사의 ‘절정기’를 맞았다. 한 총장은 2011년 7월 총장에 지명되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진 검사장(당시 부산지검 형사1부장)을 귀국시켜 청문회 준비단에서 자신의 신상 검증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한 전 총장과 그의 가족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이 자신의 친구이자 검찰 내 핵심으로 급성장한 진 검사장의 ‘힘’을 배경으로 두고 싶어 했을 대목이다. 더욱이 진 검사장이 기업의 금융 비리를 내사하고 수사할 권한이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장을 지낸 만큼 앞서 ‘김광준 부장검사 뇌물 사건’ 때와 같이 직무관련성이 충분히 인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陳과 서울대 법대 동문 대한항공 임원들 서초동에 수시로 보여”
서울 명동에서 2008년까지 주점을 운영한 진 검사장의 처남 강모 씨(46)가 2010년 7월 설립한 청소 용역업체가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측에서 130억 원대 일감을 넘겨받은 부분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진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이던 2010년경 대한항공 및 한진 오너 일가의 탈세 의혹을 내사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당시 내사 종결 자체에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는 기류가 많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사건 결론의 방향이나 방침을 먼저 알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대한항공 측이 처남 쪽에 경제적 이익을 몰아주도록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경우가 사실이라면 진 검사장은 검찰의 직무 권한을 사적으로 악용해 거액을 챙긴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게 된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