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엄격한 규정으로 불법도박·승부조작 원천 봉쇄
“바둑도 위험하다.”
한국 프로바둑의 본산인 (재)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의 말에서는 우려와 단호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한국기원도 소속 기사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불법베팅, 승부조작을 예방하기 위한 영상물을 제작해 모든 프로기사들이 참가하는 예선전 시작 전에 틀었다. 대회 때마다 똑같은 영상을 보는 것이 지겹다고 일부 프로기사들이 항의를 할 정도였다. 한국기원이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덕인지 불법도박과 관련하여 아직까지 이렇다할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바둑계는 여전히 불법 스포츠도박으로부터 떨어져 있다.
한국바둑리그 정관장황진단팀의 김영삼 감독(프로9단)은 “앞으로도 바둑계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과거 음지에서 자란 한국바둑은 어느 순간 양지로 올라왔고, 이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 두뇌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바둑이 갖고 있는 클린 이미지로 인해 바둑이 불법도박으로 물들 일은 크게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한국기원의 정동환 전략기획실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바둑은 스포츠이기 전에 예와 도를 중시하는 전통문화로 오랫동안 대접받아 왔다. 대국에 임하는 프로기사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바둑을 예와 도로 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정 실장은 “일반 스포츠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최근 20∼30년간 내기바둑 또는 승부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프로기사는 없었다. 비공식적으로 내기바둑을 두었다가 징계를 받은 사례는 있지만 그것도 매우 오래된 이야기이다. 한국기원은 불법도박, 승부조작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매우 엄격한 규정을 정해놓고 있다. 프로기사들은 한국기원이 금지하는 대회에 원천적으로 참여할 수 없으며 프로기사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할 경우 견책부터 최대 제명까지 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