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광복절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겁다”며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轉機)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안보·경제 복합위기에 ‘민중은 개돼지’ 망언으로 들끓는 민심 이반, 대통령 임기 말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로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광복절 특사에 앞서 조각(組閣) 수준의 전면 개각을 단행하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박근혜 정부가 주력했던 노동개혁과 경제 구조조정, 창조경제 중 어느 하나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가 개조나 정부 개혁은커녕 낙하산 인사와 ‘관피아’ ‘공(정위)피아’ ‘금(감원)피아’가 일으킨 폐해가 청구서처럼 돌아오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발표 이후 북한 중국 러시아의 거센 반발에다 지역이기주의에 따른 남남갈등까지 부글거린다. 대구공항 이전을 발표해 TK(대구경북) 민심을 달래는 정도로는 전체 국민을 안고 가기 어렵다. 오죽하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어제 “이런 엉망진창인 내각을 갖고 대한민국을 도저히 이끌어 갈 수 없다”며 전면 개각을 요구했겠는가.
교육부는 ‘민중은 개돼지’ 망언을 한 나향욱 정책기획관을 파면하는 선에서 급한 불을 끄려 하지만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관리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성매매 등 부처 직원들의 심각한 공직기강 해이를 노출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최양희 장관도 교체해야 한다. 외교 성과는 미미하지만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윤병세 장관은 ‘바지수선 외교부’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듣고 있다. ‘홍대 인사’로 구설에 오른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국가 브랜드 표절 논란에 한국프레스센터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 조정 능력의 부재까지 드러냈다. 숱한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뒷수습에 소홀해 유족 가슴에 못을 박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그대로 두고는 도저히 민심을 수습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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