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기구 인턴들이 전하는 취업 노하우
6월 29일(현지 시간) 유엔사막화방지협약에서 국제환경전문가 과정 인턴으로 근무 중인 신호진 씨(31·왼쪽)와 인턴 교육을 담당하는 마르코스 씨가 독일 본의 본부 건물 로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한국 출신 인턴 청년들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일자리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 같은 조언을 던졌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선망하던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들은 6개월간의 유엔 산하 국제기구 인턴 생활을 거치면서 고민 아닌 고민이 더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직접 와서 경험해 보니 어학 등으로 쌓은 이른바 ‘스펙’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 자신만의 전문성 갖춰야
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본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정하연 씨(23·왼쪽), 최진아 씨(28). 한국환경공단 제공
2009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유엔 산하 국제기구 인턴 파견 인력과 기관 수를 늘려온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 현재 국제기구에 파견된 해당 프로그램 인턴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다. 기존에 파견한 인턴들에게 어떤 적응 노하우가 있고 국제기구별로 업무 특성과 유의해야 할 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서 근무하는 김준한 씨(27)는 “국제기구는 전문가가 모인 곳”이라며 “국제관계 등 포괄적인 지식보다 자신의 전공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는 최윤승 씨(26)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알아야 업무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가희 씨(25)도 “막연히 국제기구 일자리를 목표로 삼기보다 어느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국제기구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동경을 갖고 지원했다가 자신의 적성과 업무 성격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 국제기구에 지원하기 전에 기구의 성격과 자신의 적성을 잘 살펴봐야 한다.
한국환경공단 유재천 해외사업처장은 “대학이나 민간 기관서 진행하는 해외 인턴 프로그램이 성과가 낮은 이유도 개인 성향이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자를 무턱대고 해외부터 내보내기 때문”이라며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프로그램은 현장 적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해외 파견에 앞서 국내에서 사전교육을 진행해 이와 같은 부작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 좋아하는 일은 실제 채용으로 이어져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면 숲 생태에 얼마나 큰 변화가 오는지 몰라요.”
식물 보호에 관심이 있던 최 씨는 CITES에서 인턴을 할 방법을 찾다가 지난해 국제환경전문가 과정의 문을 두드렸다. CITES는 코끼리 상아의 국제 거래 등을 방지하는 등 동물 보호에 역량이 강했던 반면 식물 거래와 관련한 전문가는 없었다. 최 씨는 인턴 신분인데도 CITES에서 약용식물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했다. 이 때문에 채용도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 최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는지, 왜 그 일을 국제기구에서 해야 하는지를 지원에 앞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