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그런데 권영진 대구시장(54)이 잠룡 후보군에 전혀 언급되지 못하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잠룡의 가치가 이전만 못하다지만 현실적 상징성은 크다. 단체장이든 국회의원이든 지역의 울타리를 넘어 국가 경영을 위한 지도자로서 잠재력을 일정 부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이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거기에 머물면 큰 인물이 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권 시장과 대구시가 민선 6기 전반기 성과를 압축해 “오직 대구와 시민만 생각한 2년”이라고 한 것은 매우 좁아 보인다. 광역이든 기초든 전국의 단체장 가운데 해당 지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겠는가. 대구시장이 ‘오직’ 대구만 생각한다면 잠룡과 멀어진다.
대구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유승민, 김부겸 의원이 잠룡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두 의원의 당내 입지가 좁은 데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두 의원이 국가적 차원의 지도자로 성장하려면 복잡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깊은 내공을 증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내년 대선은 특히 대구의 정치적 위상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 오랫동안 이어진 대구의 정치적 연결고리가 사실상 끝나기 때문이다.
대구시를 책임진 권영진 시장은 이런 복잡한 상황을 직시하면서 리더십이 좁게 갇히고 있는 건 아닌지 냉철하게 돌아보며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남은 임기에도 오직 대구의 이익만 생각하겠다”는 그의 태도가 오히려 대구를 ‘섬’처럼 만들지 않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