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할때조차 희생과 비용… 최소화하려는 신세대 우리 목소리에 담긴 희로애락의 감정, 그 보물창고를 잃는건 아닌지…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요즘 주목받기 시작한 신세대의 또 다른 특징으로 ‘목소리 노, 문자메시지 예스’가 부상 중이다. 연령 사다리를 내려갈수록 목소리를 동원해야 하는 전화 통화보다는 문자메시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생부터 데이트 중인 연인들에 이르기까지 얼굴을 맞댄 채 문자메시지로 소통을 한다는 데야.
목소리를 주고받는 소통 대신 문자메시지를 선호하는 이유를 탐색해 보니 다음 네 가지 해석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첫째, 전화는 원치 않는 시간이나 곤란한 장소에서 마지못해 받아야 할 때가 있지만, 문자메시지는 시간과 공간의 선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전화를 통해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에 후회막심일 때가 종종 있지만, 문자의 경우는 하시라도 수정과 보완, 가필(加筆)과 정정(訂正)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탁월한 소통 방식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 속에 담긴 핵심 정서인즉, 신세대 입장에선 누군가와 소통할 때 자신이 얼마나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덧붙여 관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희생 내지 비용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겠다는 의지 또한 명백히 표출하고 있는 듯하다.
그 덕분에 신세대는, 추억도 남고 상처도 남고 감정의 찌꺼기도 남는 헌신적 몰입(commitment)보다는, 본인이 원할 때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고 원치 않을 때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네트워크(network)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고, 희생과 양보도 해야 하고, 상처와 고통도 감당해야 하는 ‘질척거리는 관계’보다는 ‘삭제’ 키를 누르는 순간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관계망을 선호한다지 않는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과 내용에서도 세대의 특징이 확연히 감지됨은 물론이다. 나도 카카오톡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걸 즐기곤 하는데, 신세대일수록 ‘응’ ‘그래’ ‘좋아’류의 단답형 문장이나 이모티콘을 즐겨 사용하는 반면에 주저리주저리 기나긴 사연을 담아 보내는 이들은 물어보나마나 기성세대들이다. 왜 한 줄짜리 단답형 소통을 즐기느냐 물었더니 “다이내믹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에”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데 목소리를 활용한 대화 기회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우려된다. 새삼 구술(口述)을 통해 전달되어 온 풍성한 이야기의 가치와 의미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네 목소리 속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복잡다단한 감정이 풍부하게 담기거늘, 그 보물 창고를 잃어버리는 건 아닐지 해서 그러하다. 관계 속에서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선 필히 오랜 숙성기간이 필요하거늘 고통과 갈등, 좌절과 번민을 생략하고픈 이들이 관계의 참맛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지 또한 걱정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