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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되기 전에 (아들이 자신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고) 100% 잡아떼더니, (여러 가지 증거를 담은 보도가 나온 후엔) 전화도 안 받고 답을 안 합니다.”
5월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모 검사(33·사법연수원 41기)의 어머니 이기남 씨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들의 직속상관인 김모 부장검사(48)는 “비인격적이고 인간이 아니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씨가 아들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건 올 초. 이 씨는 “작년까지도 검사 생활이 힘들지만 그런 대로 할 만하고 재미있다던 아들이 이번 설에 와서는 말이 크게 줄었다”면서 “아들이 네 살 조카를 위해 장난도 쳐주고 공 가지고 놀아주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들이 줄어들었고, 예전엔 ‘엄마, 맥주 한 캔 하자’고 하고 그랬는데 말수도 줄고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모습을 보일 애가 아닌데 ‘상당한 고통이 있다’, ‘뭔가가 있다’ 싶어 함께 울면서 ‘일이 많아서 힘들어? 지금 엄마가 바로 갈게’ 하니까 ‘엄마, 그건 아니고 장기미제사건으로 윗선에서 힘들게 한다. 지금 와도 나를 만날 수 없다’고 했다”며 “‘한가할 때 전화를 드리겠다’고 해서 아이 말을 믿었는데 그 때 못 간 것이 천추의 한”이라고 덧붙였다.
아들의 사망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이 씨는 아들이 단순히 업무량이 많아서 죽음을 택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는 “매일 2시간을 자니까 정신이 혼미해서 (죽음을 택했구나) 했는데 애를 보내고 아들 친구들이 부장검사 때문에 죽었다는 걸 이야기 했다”면서 “아들 주변 굉장히 많은 지인들이 ‘그냥 부장은 인간이 아니라고, (아들이 심경을 전한) 카톡(메신저) 글들이 한 두 개가 아니라 많이 있다’고 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번 사건은) 엄연히 국가가 죽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에 가족이 초대 받아서 갔을 때 검사장님에게 ‘국가에 사명감을 가지고 (아들을) 국가에 맡기고 갑니다’라고 했는데 (아들이 죽게 됐다)”면서 “검찰은 조폭의 세계”라고 말했다.
이어 ‘부장검사와 김 검사가 동향이라서 같은 경상도 출신이라 아끼는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술 먹으러 오라고 하고 이랬던 것은 오히려 아끼는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는 검찰의 얘기에 대해 “전혀 아니다”면서 “부하직원 잘못이 있다 해도 ‘인간적으로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그런 말은커녕 사과조차 없는) 그런 사람이 부장검사 자리에 있다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웃는 상’인 아들이 당당한 모습을 보여도 그 걸로도 때리고 했다고 하지 않느냐”며 “조폭의 세계도 아니고 날이면 날마다 눈만 뜨면 엄청 맞고,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가족들이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면서 “신속하게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서 책임자가 책임지는 모습을 우리 가족들은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5월 19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모 검사가 평소 아들의 직속상관인 김 부장검사의 폭언과 압박 탓에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음을 알려주는 자료가 30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김 부장검사에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2일간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할 수 없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