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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나라로… “영국기업 M&A 올해는 사실상 끝났다”

입력 | 2016-06-29 03:00:00

[브렉시트 쇼크]현실이 된 영국경제 위기




최상위 등급이었던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유럽연합(EU) 탈퇴를 밝힌 지 나흘 만에 3등급으로 추락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이 금박(golden plated)이 입혀진 최상위 신용등급을 잃었다”고 탄식했다.

이런 와중에 향후 브렉시트 처리 일정까지 안갯속에 휩싸이자 기업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탈(脫)영국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영국, 재정위기 이탈리아 따라가나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7일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두 계단이나 내렸다. S&P가 주요 7개국(G7)의 신용등급을 한 번에 두 계단 낮춘 것은 2012년 유럽 재정위기로 극심한 혼란을 겪던 이탈리아에 적용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브렉시트의 충격파가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S&P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의 정책 효율성에도 장애를 입게 됐다고 진단했다. 또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독립 움직임은 영연방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는 ‘헌법적인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S&P의 모리츠 크레이머 수석 신용등급 담당자는 블룸버그TV에 “그동안 견고했던 영국 체제는 브렉시트 이후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피치도 27일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계단 낮췄다. 앞서 24일 무디스는 영국의 신용등급을 ‘Aa1’로 유지한 채 등급 전망만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수정했지만 추가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 기업들, 인수합병 올스톱에 “굿바이 영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영국 기업의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가 올스톱될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진행되던 M&A는 영국의 EU 잔류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뜻밖의 결과가 나오자 타당성 분석에 들어가는 등 셈법이 복잡해졌다.

벨기에에 본사가 있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인베브의 사브밀러 인수도 불투명해졌다. 파운드를 기준으로 매매 계약이 체결됐는데 파운드 가치가 급락한 탓에 사브밀러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독일 증권거래소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의 합병 추진도 거래소 본부를 런던에 두기로 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법률회사인 케이힐고든&레인들의 수석파트너인 바트 프리드먼은 “올해 영국기업 M&A는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IPO도 활력을 잃으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에 IPO를 할 예정이던 6, 7개 영국 기업은 당초 계획을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EU 시장에 진출하며 영국을 교두보로 삼았던 글로벌 기업들은 영국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여객기 제조회사 에어버스는 웨일스 공장의 프랑스 이전을 검토 중이다. 덤프트럭 등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 캐터필러도 공급망 문제 때문에 영국의 생산 시설을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이탈이 우려된다. 자동차산업은 영국에서 80만 명을 고용하고 영국 전체 수출의 12%를 차지한다. 영국이 EU를 벗어나면 EU로의 수출에 10% 관세가 붙는 것이 기업들의 이탈 가능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유럽에서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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