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추진 잠정 중단… 배경과 각계 반응
6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희망하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 연달아 걸려 있다. 춘천시의 유치 신청에 대해 강원도는 물론 강원도의회, 도내 18개 시군, 시군의회, 도문화원연합회 등이 지지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기도 했다. 동아일보DB
문화체육관광부가 24일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추진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후보지 공모에 응했던 지방자치단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정관주 문체부 1차관은 “최근 문학관 유치를 위한 과열 경쟁으로 지역 간 갈등과 혼란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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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의 갑작스러운 중단 발표에 지자체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강원도 내 후보지 경쟁에서 유치 도시로 선정됐던 춘천시 관계자는 “미군 캠프 페이지 터(5만 m²) 등 즉시 공사 착공이 가능한 땅을 제시했고 범도민적 유치 분위기가 조성된 터라 갑작스러운 중단이 아쉽다”고 말했다
인천시 역시 “100년 전 창고를 개조해 운영 중인 한국근대문학관이 한국문학관의 모체가 될 수 있다”며 “수도권 도시로서의 역차별을 받아온 인천에 국립 문화시설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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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해양신도시에 유치하려던 창원시는 “향후 재공모에 대비해 4개 문학관(김달진, 이원수, 경남, 창원시립마산) 활성화 방안 마련 등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계에선 중단을 계기로 지자체의 지나친 과열 경쟁에 묻힌 문학관 건립 취지 등을 되새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동호 한국시인협회장은 “신공항 여파로 국론 분열이 우려되는 마당에 더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문학관 건립이) 급히 추진됐기 때문에 문인들의 의견 반영이 안 됐는데, 창작자와 수용자 모두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인인 곽효한 대산문화재단 상무는 “단순히 박물관 하나를 짓는 게 아니라 정신의 수도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당분간 공모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도 어렵고 일방적으로 지자체를 선정하는 것도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어 ‘2018년 착공, 2020년 개관’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공모까지 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과 위기관리 능력 부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잠정 중단을 발표하며 문단을 의식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위해 지원프로그램 강화 △문학 진흥을 위한 정책지원 전담기구 신설 등 중장기 종합계획을 올 하반기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화의 지방분권화를 위해 정치 논리가 아니라 지역 특색에 맞게 문화 기관을 신설,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선정 과정에 위원회를 만들고 시민 단체를 참여시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민병선 bluedot@donga.com·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