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시가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로 업계 관계자들은 ‘섹시함’을 꼽았다. 노출이 많은 비키니 수영복과 달리 노출이 많지 않지만 몸에 붙는 소재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에잇세컨즈 제공
21일 서울 명동 거리와 백화점의 스포츠, 아웃도어, 수영복 매장에서는 여름 주력 상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흔히 보이던 비키니 수영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대신 그 자리에는 몸에 딱 달라붙는 긴팔 형태의 래시가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한수민 씨는 “친구들과 휴가 때 입을 래시가드를 찾기 위해 들렀다. 요즘 비키니나 원피스 수영복은 잘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남성들도 래시가드를 많이 찾고 있다. 아동, 유아용도 출시된 상태. 디자인도 단색과 긴팔 형태에서 벗어나 화려한 무늬에 탱크톱, 반팔, 크롭톱 등 다양해졌다. 디스커버리 제공
래시가드 열풍은 해외보다 국내에서 독보적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외국 유명 해변가에 가면 한국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래시가드를 입은 사람은 십중팔구 한국인”이라고 했다. 해외 여행지에서 등산복을 입은 한국인이 자주 눈에 띄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다.
반면 해외에서는 서핑 초보자나 노인들이 래시가드를 많이 입는다. 강원 양양에서 서핑 숍을 운영 중인 타일러서프숍 김종후 사장은 “외국에서 한국의 래시가드 인기를 말하면 놀란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가 됐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래시가드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 우선 패션업계에서는 등산복 시장이 정체되면서 돌파구로 래시가드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등산복이 예전만큼 잘 팔리지 않고 있다. 전 국민이 등산복 한두 벌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래시가드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특유의 고가 브랜드 선호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수영복에서는 브랜드 노출이 힘들지만 래시가드에서는 브랜드 노출이 한결 쉽다. 또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스포티즘(Sportism)과 서핑의 인기가 가세했다.
한국패션협회 이현학 팀장은 “수영복은 수영장과 해변에서만 입지만 래시가드는 실생활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실용성 있는 래시가드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래시가드(rash guard)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