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후폭풍]‘김해공항 확장’ 뒤숭숭한 정치권
김부겸, 대구 민심 설명?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 영남권 신공항 건설 방안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이 나자 “이명박 정권 때와 같은 논리로 국민을 속였다”고 반발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지도부는 ‘수용’… 지역 의원은 ‘반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2일 영남권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김해 신공항과 관련된 입법과 예산 확보를 위해 필요한 국회 차원의 모든 뒷받침을 해나갈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도 “TK 지역도 PK(부산경남) 지역도 다소 서운한 감정이 다 있는데 이것을 정치권이 자꾸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정부 결정을 옹호했다. 27일에는 국회에서 영남권 5곳의 시도지사와 후속 조치를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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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는 지역 간 갈등 구도를 유발하는 약속이나 공약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신공항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영춘 비대위원(부산 부산진갑)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먹튀’가 이뤄졌다”며 “장고 끝에 악수가 내려졌다”고 반발했다.
네팔에 머물고 있는 부산 출신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공약했다. 9일에는 직접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찾기도 했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문 전 대표가) ‘가덕도가 신공항이 돼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신공항 논란이) 지역 간 분열과 갈등만 초래했다”며 “이 건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도 부산 출신이지만 박 대통령이나 문 전 대표와 달리 2012년 대선에서 영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은 점을 부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신공항 놓친 TK 복잡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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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대구가 지역구인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은 이날 “지역분들은 1년에 1만 명에 가까운 젊은이가 지역을 떠나는 것을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잡아보자는 절박한 호소를 했던 것”이라며 “그 자체가 이런 식으로 농락당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다만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김 의원이 지역 여론에만 매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이 무작정 대구 여론만 대변하다가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거물’로 발돋움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찬욱 song@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