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최근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이의 이혼과 관련해 2심에 계류돼 있는 이혼소송에 관해 당사자가 사석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발언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기자가 ‘비보도 약속’을 어긴 것은 언론계에서 따로 논의할 문제라고 보고, 가사소송 당사자의 언행이 어떤 형식으로든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가족 구성원들이 얼마나 큰 고통과 피해를 당하는지 말하려고 한다.
이 사안의 당사자는 기자들과의 모임이 ‘비보도’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약속이 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과연 의식하지 못했을까? 필자는 이 당사자가 지금까지 본인이 주장해 온 것처럼 진심으로 가정을 지키고 싶었다면 언론인을 상대로 이혼소송의 원인과 배경을 자의적으로 알려서는 안 되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아무리 신뢰하는 관계라도 대화 내용이 부주의로 세간에 알려질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당사자가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재벌가의 사위가 되어 정신적으로 겪었을 고통과 피곤함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남편을 지켜보면서 아내 또한 얼마나 고통과 아픔을 겪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이 당사자의 배려 없음이 아쉽기 그지없다. 당사자가 겪었다는 고통은 엄밀하게 자신이 해결했어야 할 일이고 그 내용은 오직 법정에서만 공개될 일이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이혼을 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현실을 필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이름 있는 가문의 자녀이거나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공인의 경우 더 아픈 상처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 당사자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간에 결과적으로 본인들의 이혼과 관련한 내용을 언론에 보도되게 한 것은 가사소송법 제10조(보도금지)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다. 이 조항은 ‘가정법원에서 처리 중이거나 처리한 사건에 관하여는 성명·연령·직업 등을 볼 때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신문, 잡지 그 밖의 출판물에 게재하거나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혼소송에 대한 판결이 최종심에서 확정되기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가사소송법 제10조는 적용될 것이다. 한국 최대의 재벌 가족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서민들의 가사소송에서도 당사자들에 관한 정보는 철저히 보호받아야 한다. 이것이 이번 사건이 안겨주는 가장 큰 교훈이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