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페달을 밟다 보니 속도계 바늘이 계기판의 절반을 훌쩍 넘어 어느 틈에 200km/h에 다다른다. 이쯤 되면 속력에 대한 낯선 공포심이 생길 법도 한데 이상하게 별 다른 감정 변화는 없었다. 엔진 사양에 따라 200km/h에 도달하기까지 가속성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힘의 부족과 차체의 불안함을 탓할 여유를 허락지 않았다. 자연흡기 5.0리터와 터보차저 2.0리터 모두가 달리기 성능 이른바 ‘퍼포먼스’ 중점으로 개발됐다. 외관은 역동성이 강조됐고 실내는 여전히 고급스럽다.
지난 17일 경기도에 위치한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치러진 ‘2016 렉서스 어메이징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통해 2016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 출시된 바 있는 렉서스 퍼포먼스 세단 ‘올 뉴 GS(All New GS, 이하 신형 GS)’를 경험해 봤다.
국내에 출시되는 신형 GS는 하이브리드 모델 GS450h(Supreme, F SPORT)와 3.5리터 V6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 GS350(Executive, F SPORT), 국내 GS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된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GS200t(Supreme)의 총 3종 5개 트림이다. 여기에 렉서스 고성능 모델을 상징하는 ‘F’ 계보를 잇는 4번째 모델 GS F가 추가됐다. 이들 모두는 전량 렉서스의 주력 생산기지인 토요타 모토마치 공장에서 생산된다.
GS350 Executive 모델의 경우는 세미아닐린 가죽시트를 적용하고 운전석과 동반석에 쿠션길이조절 기능 및 종아리 지지 기능을 새롭게 적용했으며 센터페시아 상단은 12.3인치 고해상도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한국형 내비게이션 및 백 가이드 모니터, 최대밝기를 높여 야간 시인성을 개선한 풀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Up Display, HUD)가 탑재됐다.
신형 GS는 이전모델 대비 스팟용접, 레이저 스크류 용접, 레이저 용접을 추가하고, 구조용 접착제의 사용을 확대하는 등 대폭 강화된 차체강성으로 운동성능이 크게 향상된 부분이 주요 특징이다. 특히 AVS(Adaptive Variable Suspension) 가변 제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더욱 안정감 있게 차체 움직임을 전자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됐다.
주행모드는 노멀, 에코, 스포츠 S, 스포츠 S+등 4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특히 파워트레인, 섀시, 공조장치 각각의 모드를 운전자에 맞게 최적화해 적용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모드가 새롭게 추가돼 취향에 맞는 드라이빙 환경을 꾸밀 수 있다.
이날 한 바퀴에 총 4.3km의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을 신형 GS 라인업에 포진한 GS200t, GS350, GS450h, GS F 순으로 각각 2바퀴씩 돌며 운동성능을 경험해 봤다. 좌측으로 9개 코너와 우측으로 7개, 총 16개의 코너로 구성된 스피드웨이 서킷은 고저차가 심하고 블라인드 코너가 있는 등 까다로운 코스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날 신형 GS는 30도가 넘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주행 성능에서 부족함을 쉽게 허락지 않았다.
다음으로 GS350은 3.5리터 V6 엔진을 탑재해 316마력의 최고출력과 38.7kg.m의 강력한 최대토크를 자랑한다. 함께 맞물린 8단 자동변속기 또한 즉각적인 힘의 전달과 함께 부족함 없이 서킷에서 가속성을 발휘한다. 고배기량 자연흡기의 성능은 가혹한 서킷 주행에서 더욱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물론 좌우측 코너 공략에서 역시 스포츠카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부분 역시 매력이다.
신형 GS라인업 중 가장 친환경적 모델 GS450h의 경우는 3.5리터 V6 가솔린 엔진과 고출력 전기모터의 탑재로 저속에서는 정숙하고 고속에서 역시 부족함 없는 폭발적 가속성을 지녔다. 총 시스템 출력은 343마력, 토크는 35.5kg.m이다. 변속기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성상 e-CVT가 맞물려 서킷에서 ‘툭툭’ 치고 나가는 맛은 역시 부족하다. 다만 효율성 위주로 세팅되어 오던 하이브리드 모델의 고정관념을 바꾸기에는 부족함 없는 주행 감성을 지녔다. 하지만 역시 GS200t와 유사한 가속페달 반응과 무거워진 중량으로 인한 코너의 부담감이 작용한다.
끝으로 렉서스 브랜드에서 4번째로 F 정체성을 계승한 GS F의 경우 앞서 경험한 GS라인업 모델과는 전혀 다른 주행 감성을 발휘했다. 같은 거리를 달렸지만 가장 짧은 순간을 경험한 느낌이다. 먼저 GS F는 전후 휠 아치와 오버행이 더 커지고 곳곳에서 스포티함이 강조된 디자인 변화를 찾아 볼 수 있다. 실내 또한 F 전용 스티어링 휠, 변속기 노브, 알루미늄 페달 등으로 ‘전혀 다름’이 전달된다.
용인=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