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강소기업이 답이다]<3>직무능력표준 NCS채용 현장
7일 서울 영등포구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만난 김기태 기금기획팀장(왼쪽)은 서유진 씨에 대해 “이미 듬직한 동료가 됐다”고 평가했다.
“학벌이나 스펙이 우수한 기존 직원들과 비교해도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적응도 더 잘해요.”(김기태 주택도시보증공사 기금기획팀장)
정부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등을 797개 직무로 체계화)이 채용 문화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NCS는 취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지나친 학벌, 영어 점수, 스펙 경쟁을 완화시키고 업무 능력으로 신입 사원을 뽑도록 한 제도다. 취업 준비생은 불필요한 자격증이나 높은 영어 점수에 매달리기보다 자신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실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능력을 갖춰야 일을 잘할 수 있는지를 공부하게 됐다.
○ 스펙 아닌 ‘능력시대’ 연 NCS
1일 전남 나주 전력거래소에서 만난 김광호 종합조정실 부장(왼쪽)과 채영진 인사제도팀장(오른쪽)은 NCS로 채용된 김강희 씨(가운데)에 대해 “업무 적응력이 매우 빠르고 능숙하다”고 평가했다. 나주=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하지만 김 씨는 NCS를 통해 지난해 당당히 전력거래소 신입 공채에 합격했다. 전력거래소는 매년 신입 공채 경쟁률이 500 대 1을 넘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전력 흐름을 모두 관리하고 통제하는 중요 국가기간시설이다. 현재 전남 나주 전력거래소 종합조정실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다른 취준생보다 스펙은 떨어졌지만 직무 관련 지식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 공채에 합격한 서유진 씨(26)는 ‘비전공자’라는 핸디캡을 직무경험과 실무 지식으로 이겨 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서 씨는 부동산이나 금융, 경제와 전혀 무관한 역사학도였지만 졸업 뒤 시중의 한 은행에 합격해 1년 반 동안 근무하며 실무 지식을 쌓았다. 이후 서 씨는 공기업 입사라는 꿈을 품고 NCS를 공부해 지난해 공사에 합격했다. 서 씨는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사의 윤리경영보고서 등을 찾아 스스로 공부하고 은행에서 쌓은 실무 지식을 활용해 입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채용 담당자 “업무 적응 능력 우수”
NCS로 신입 직원을 뽑은 인사채용 담당자의 평가는 어떨까.
채 팀장은 “예전에는 면접관 3명이 지원자 3명을 상대로 한꺼번에 15분 면접을 진행했다면, NCS로 바뀐 뒤에는 지원자 1명을 면접관 3명이 80분 동안 면접을 본다”며 “지원자가 어떤 지식과 능력, 경험을 갖췄는지 원 없이 물어볼 수 있고, 질문도 사전에 외부에 자문해 상세하게 준비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은 좀 더 들어도 만족도는 높다”고 말했다. 현재 김 씨의 직속 상사인 김광호 전력거래소 종합조정실 부장은 “김강희 씨의 업무 적응력이 매우 빠르고 기존 직원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NCS로 채용된 서 씨의 상사인 김기태 팀장은 “과거에는 채용 시스템이 주로 전공, 학교, 학과 중심이었고 실무 지식이나 능력은 그다지 많이 요구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도입된 NCS는 철저히 직무 능력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며 “서 씨는 은행권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어 직무 상식이 넓고 복잡한 업무에 대한 적응도 빨랐다”고 말했다.
○ 정보 부족·창의력 평가 등은 과제
명확하고 세부적으로 정해진 직무가 아니라, 기획력, 상상력, 창의력이 필요한 업무 분야에는 NCS를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NCS를 도입한 한 정부산하기관의 관계자는 “NCS는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된 직종에는 좋은 제도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분야의 인재 채용 방식으로는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며 “이 부분은 정부의 융통성과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주=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