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나오미 클라인 지음/이순희 옮김/798쪽·3만3000원·열린책들
2010년 9월 슬로베니아를 휩쓴 대홍수로 국토의 60% 이상이 피해를 보았다.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의 빈도와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열린책들 제공
캐나다 출신의 대표적인 환경론자인 저자는 세상이 워터월드와 같은 비극으로 치닫기 전에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주장은 단순히 신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역성장(de-growth)을 해서라도 소비를 줄이고 경제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과감한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상황이 그리 한가하지 않다는 얘기다. 저자는 “기후변화를 다루는 정부 간 협의체가 1990년대부터 90회가 넘는 공식 회의를 열며 20년 넘게 활동했지만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일침을 놓는다. 말잔치가 계속될 동안 1990∼2013년 사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무려 61%나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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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1일 호주 멜버른에서 시민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언제 끝날지 모를 친환경 과학기술 개발에 목매지 말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소비 감축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사치품에 대한 중과세로 불필요한 소비를 막고, 석유 시추 등 각종 채취산업을 억제하며, 에너지의 과잉소비를 부르는 세계화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예 노골적으로 “우리는 소비 수준이 폭등했던 1980년대 이전 즉 1970년대 생활수준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썼다.
세계화가 기후변화를 가져온다? 언뜻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엄연한 진실이다. 수많은 물류와 여객을 선박과 비행기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거 배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2∼2008년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45%가 수출용 상품 생산에서 비롯됐다. 세계화의 첨병인 국제무역협정이 보호무역 규정을 적용해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가로막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2010년 미국은 중국의 풍력발전 지원 정책에 대해 “자국 산업을 지원하는 보호무역주의 성격이 짙다”며 공식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저자는 현지 생산이 불가능하거나, 현지에서 만들 때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상품에 대해서만 장거리 무역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으로 상징되는 노동시간 감축도 저자의 대안 중 하나다. 정원 가꾸기나 요리 등 에너지 저소비 활동은 여가시간이 있는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 저자가 책 제목에 언급한 ‘이것’은 자본주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탈성장주의, 탈소비주의가 삶을 바꾸고 기후변화에 시달리고 있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뜻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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