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거-자훈-대해 스님 등 주석서 번역 신간 잇달아 부처의 첫 설법 담아… 방대함 속 깊은 뜻 알기 쉽게
해인사 고려대장경 ‘화엄경80변상도’ 목판화를 원본으로 그린 채색화로 변상도의 첫 번째 그림이다. 보현보살이 단 위에 앉은 부처님의 깨달음에 대해 대중에게 얘기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유수 제공
부처의 첫 설법을 담은 화엄경은 80권에 달하는 분량의 방대함과 내용의 심오함 때문에 섣불리 손댈 엄두를 못 내는 경전으로 꼽힌다. 불교계에서 ‘궁극의 경전’ ‘대승경전의 꽃’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화엄경은 근대 이후 탄허, 월운, 무비 스님 등 단 3명만이 한국어로 번역했으나 일반인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최근 화엄경을 해설과 그림 등으로 쉽게 풀어쓴 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화엄경의 최고 주석서로 꼽히는 화엄경소론찬요. 혜거 스님이 앞으로 10년에 걸쳐 번역할 예정이다. 불광출판사 제공
화엄학을 전공한 자훈 스님은 ‘화엄경80변상도’를 바탕으로 경전을 이해하기 쉽게 한 권으로 정리한 ‘그림으로 이해하는 화엄경80변상도 이야기’(사유수)를 펴냈다. 변상도는 화엄경 80권의 내용을 80개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 이 책은 경남 합천 해인사의 고려대장경 화엄경80변상도 목판화를 원본으로 그린 채색화를 실었다. 이 그림과 함께 자훈 스님이 변상도와 연계된 화엄경의 요체를 글로 풀어냈다. 어려운 한문 용어를 최대한 풀어 써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불교조계종 국제선원장인 대해 스님도 최근 화엄경 한글 번역서 60권(그란사비두리아)을 펴냈다.
화엄경을 이미 번역했던 무비 스님은 2013년부터 화엄경의 의미를 낱낱이 풀어내는 ‘대방광불화엄경 강설’(담앤북스)을 펴내고 있다. 80권을 목표로 이번 달에 41권째가 나왔다. 요즘 시대에 화엄경이 각광받는 것에 대해 무비 스님은 “화엄경은 ‘사람이 부처’라는 인불(人佛) 사상이 핵심”이라며 “존재마다 가치를 동일시하면 서로 소중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갑을 관계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세태 속에서 저마다의 소중한 가치를 중시하는 화엄경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것이다.
대해 스님은 “화엄경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생 사용 설명서’”라며 “화엄경에서 부처님이 말씀하신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깊이 체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엄경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을 줄인 것.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뒤 21일간 그 진리를 최초로 설한 경전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된 것을 4세기경 ‘60화엄’, 7세기경 ‘80화엄’으로 한역(漢譯)했다. 국내에선 보통 ‘80화엄’을 많이 본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