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문자 한 통이 선수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NC 김경문 감독은 응원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문자를 보내 기운을 돋우고 있다. 김 감독의 카리스마 뒤에 숨은 따뜻함이 공룡군단의 또 다른 힘일지도 모른다. 스포츠동아DB
■ NC 선수들 상처 보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김태군에 “수비만 잘하면 돼” 격려
이민호도 문자 받고 나서 시즌 첫 승
“야구가 안 되거나 아프면 흥미 잃어
그러지 말라고 선배로서 보내는 것”
● 어려울 때 도착하는 사령탑의 문자
NC 김태군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주전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포수 전 경기 출장이라는 대업을 이뤄냈고, 올해도 공룡군단의 안방마님으로 낙점됐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개막 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4월 한 달간 타율 0.172로 저조했다. 두산 양의지, 롯데 강민호, 넥센 박동원까지 공격형 포수들이 각광 받고 있는 시대에 자신이 혹 팀에 폐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때 뜻밖의 문자를 받게 됐다. 메시지를 보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 감독이었다.
● 감독의 한 마디에 힘 얻는 선수들
감독의 한 마디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실제 이민호는 김 감독의 메시지를 받은 직후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감독님이 문자로 많이 격려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루 이틀 된 얘기도 아니다. 외국인투수가 1명 빠지면서 토종선발의 역할이 중요해진 2015년에도 김 감독은 중책을 맡은 이재학에게 ‘팀을 생각할 위치는 됐지만 너무 부담을 가지지 말라’며 애정 어린 문자를 보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보내는 문자에 대해 “어느 감독이나 다 한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잘 하는 선수들은 내버려둬도 잘 하지만, 야구가 잘 안 되거나 아프거나 하는 선수들에게 감독이 아닌 야구선배로서, 형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을 가끔 보낸다. 나도 그랬지만 야구가 잘 안 되면 재미가 없어진다. 야구선수가 야구에 흥미를 잃으면 안 되지 않나. 그렇게 되지 말라고 자주는 아니고 가끔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그 문자에 힘을 많이 얻는다고 하자 웃으며 한 마디를 더했다. “그래? 그럼 자주 보내야겠네. 허허.”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