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中어선 퇴출작전]강화도 최북단 ‘분지골 어장’ 르포
텅텅 빈 그물… “물고기 씨 마를 지경” 12일 인천 강화도 최북단 어로 허용 해역인 ‘분지골 어장’에서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 올리고 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인해 한국 어선 그물에 잡힌 물고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강화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러나 어민들의 걱정은 여전했다. 단속이 조금만 느슨해지면 중국 어선들이 귀신처럼 출몰하는 모습을 여러 해 목격했기 때문이다. 12일 인천 강화도 해역에서 조업하던 어민 배경수 씨(52)는 “고속정이 물러나면 어김없이 중국 어선들이 다시 내려온다”며 “꽃게는 물론이고 병어, 농어, 백합조개까지 말 그대로 ‘싹쓸이’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한강 하구도 어획량 급감
이날 오전 기자와 함께 배 씨가 배를 타고 향한 곳은 최북단 어로허용구역인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 앞바다. 어민들에게는 ‘분지골 어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번에 퇴거 작전이 벌어진 중립수역에서 남쪽으로 12km가량 떨어져 있다. 올 3월 배 씨는 중국 어선들이 한강 하구 중립수역까지 진출해 불법 조업 중인 사실을 가장 먼저 당국에 알렸다. 배 씨의 신고를 계기로 지난달 강화군이 ‘중국 어선 불법 조업 근절대책 건의안’을 수립하면서 이번에 첫 단속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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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5대째 어부로 일하고 있다. 어획량이 많을 땐 선원을 3, 4명까지 고용했지만 요즘은 1명과 일하고 있다. 배 씨는 “중국 어선들이 24시간 내내 고기 잡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속이 터진다”며 “한국 어민들의 어로허용구역을 좀 더 넓혀 주고 조업 시간도 야간까지 늘려야 그나마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 갈수록 대담해지는 중국 어선
한강 하구 강화도 해역에 중국 어선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약 3년 전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3∼9t 안팎의 작은 나무배들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20∼50t 규모의 대형 선박이 무리지어 출몰하고 있다. 배 씨는 “한눈에 보기에도 집채만 한 중국 어선들은 군경(軍警)이 아니고서는 손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 중국 어선들이 출몰한 것은 2014년까지 연 2, 3차례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20여 차례, 올 들어서는 5월까지만 520여 차례로 급증하고 있다. 덩치가 커진 중국 어선들은 저인망을 동원해 조업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방류한 치어까지 마구 잡아들이고 있다. 심지어 물이 빠진 갯벌에 들어와 최상급 조개인 백합 등을 마구 채취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볼음도 일대는 이들 조개의 산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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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