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위작 수사 전담할 특별사법경찰 도입” 미술계 “성급한 법제화 안돼… 현행법 보완부터”
9일 서울 이음센터에서 열린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정 씨 왼쪽은 박우홍 한국화랑협회장, 오른쪽은 서진수 강남대 교수.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음센터에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유통 투명화 법제를 소개하고 미술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신은향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장은 “미술품 위작 논란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미술계의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누구나 원하면 화랑과 경매 사업을 할 수 있고 미술품 판매업의 전문성 기준이나 매매 시 제공 정보의 기준이 없어 시장의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위작 전문 수사 인력이 없고 사법 기관의 판단이 오래 걸려 위작 논란이 결론 없이 확대 재생산만 반복된다는 것. 문체부는 7월 중 관계 기관과 협의해 8월부터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윤석 서울옥션 상무는 “정부가 시장 주체의 의견을 좀 더 들어야 한다. 시장이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정책과 법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사안별로 가능성과 당위성을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유통업 허가제는 반대한다. 등록 또는 신고제로 시장 진입은 자유롭게 하되 시장 규율을 어겼을 경우 퇴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가공인 감정사 제도를 마련해 전문 인력을 육성하겠다는 방안은 시장 수요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송향선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감정위원장은 “감정전문가가 작품마다 받는 수수료가 10만∼20만 원이다. 생활비도 못 벌면서 오류가 발생하면 무한대의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정부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서성록 한국미술품감정협회장도 “공인 감정사 제도의 해외 사례는 민간이 운영하는 미국과 중국 정도뿐이다. 상대적으로 협소한 국내 미술시장에서 이 직업으로 생활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유럽에서는 폴 세잔 같은 작가 한 명만 평생 연구하는 전문가가 존재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은 “지난해 경찰 요청으로 이우환 씨 위작 의혹작 감정을 했다. ‘위작이 없다’는 작가의 발언도 있었는데 그런 부담감을 안고 일하는 감정 전문가들이 허술하게 작업하지 않는다. 하지만 판사의 결정이 전문가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장기적으로 미술과 업계에 대한 식견을 갖춘 수사 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양도차익 과세 최저한도를 기존 6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인상하는 등의 미술시장 활성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