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 안전대책은 땜질 처방만… “교육당국이 너무 무관심” 목소리
유덕영·정책사회부
사실 섬마을이나 오지의 학교 관사 안전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사안이 아니다. 곪을 대로 곪아왔던 종기가 터진 것뿐이다. 교원단체들은 도서·벽지의 교사가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그동안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한 교육계 인사는 “도서·벽지 관사의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지금까지 ‘돈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며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아 사건 이후에 부랴부랴 조사를 시작하는 것만 봐도 그동안 도서·벽지에서 근무하는 교사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이 부총리가 건립 계획을 밝힌 ‘통합관사’도 이미 현장에서 줄기차게 요구했던 내용이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실행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신안지회가 신안교육지원청과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허술한 섬마을의 학교 관사 보안시설 개선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교육청은 특정 관사 1곳에만 방범창을 설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관사 한 곳의 문제만 제기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 많은 섬에 교사들이 홀로 배치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교육청이 테이블에 올라온 딱 한 곳만 문제로 인식했다는 말이다. 교육청 관계자들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번 사건은 쌓이고 쌓였던 교육당국의 무신경이 낳은 참사다. 늦은 방문이지만 간담회에서 현장 교원들에게서 들은 내용을 가슴에 담아 정책으로 풀어낼 답을 갖고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교사가 신변 안전을 걱정해야 한다면 양질의 교육이 실현될 수 있겠나.
유덕영·정책사회부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