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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리콜계획 퇴짜, 한국닛산 형사고발…칼 빼든 환경부

입력 | 2016-06-07 17:49:00


글로벌 차량제조업체들이 경유차의 배출가스를 조작하고도 국내서는 제대로 된 개선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제출하는 결함시정(리콜) 계획서에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해당업체는 이를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닛산도 호흡기에 유해한 질소산화물을 인증치 보다 20배나 더 많이 배출하는 경유차 ‘캐시카이’를 수입하면서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꺼지는 것은 엔진보호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해명만 되풀이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이들 업체의 불성실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7일 압박수위를 높였다.

● 폴크스바겐, 정부 요구 무시하고 버티기

환경부는 7일 배출가스를 조작한 폴크스바겐 경유차의 리콜계획을 불승인한다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가 해당 경유차량의 리콜계획서에 대해 두 차례나 보완명령을 내린 데 이어 세 번째 퇴짜 명령을 내린 것이다. 보완요구와 달리 불승인은 지금까지 밟아온 리콜절차를 모두 무효로 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은 리콜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2일 제출한 리콜계획서에 리콜 대상 차량이 배출가스를 임의 조작했다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아 리콜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폴크스바겐은 리콜계획서에 결함원인을 한 줄로 적어내는 등 불성실하게 제출해 1월 13일에도 보완요구를 받았다. 두 번째로 제출한 리콜계획서에도 배출가스 조작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3월 23일에도 또 다시 보완요구를 받았다. 리콜계획서에 대해 두 번이나 퇴짜를 내리면서 환경부는 임의설정 사실을 정확히 명기할 것을 요구했으나 해당업체는 이번에도 이를 밝히지 않은 채 세 번째 리콜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가 지난달 31일을 제출기한이라고 못 박았지만 폴크스바겐은 이 기한을 넘겨 이달 2일에 리콜계획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폴크스바겐이 임의설정을 리콜 원인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은 리콜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폴크스바겐은 최근 제출한 리콜계획서에서 대표적인 배출가스 조작 차종인 티구안 모델 2만4000대의 대한 개선 소프트웨어만 제출했다. 리콜명령을 받은 15차종 12만6000대에 이르지만 이중 일부만 우선 조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각에선 리콜명령을 받은 15종 12만 500대 차량을 빠르게 도로에서 퇴출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에 따라 일부나마 리콜을 먼저 승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 그러나 환경부는 이번에 폴크스바겐 차량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업체로부터 문제 원인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듣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섣불리 리콜을 승인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리콜계획을 받아 철저한 검증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최근 진행 중인 검찰수사에 협조하면서 압박수위를 차츰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 정부 똑같은 해명 반복하는 한국닛산에도 철퇴

정부는 한국닛산이 수입 판매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가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형사고발 등 행정조치에도 착수했다.

7일 환경부는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 된 한국닛산에 과징금 3억4000만 원을 부과하고 판매한 차량(824대)에 대해서는 결함시정(리콜)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해당법인에 대해서도 제작차 인증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차량에 대한 인증을 취소하면서 판매도 금지됐다. 해당차량을 시장에서 퇴출시킨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16일 배출가스 조작의혹을 발표하고 한국닛산과 청문절차를 밟았다. 지난달 말 열린 청문자리에서 한국닛산 측은 “엔진온도가 높아질 때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끄는 것은 부품 보호를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기존 해명을 되풀이했다. 환경부는 다른 차종들은 엔진 주변온도가 50도까지 치솟아도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는데, 캐시카이 모델만 유독 엔진 주변온도가 35도에서 멈추는 것은 문제라고 봤다. 실험실에서 인증 실험조건으로 캐시카이를 20분간 주행할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원활하게 작동하지만 주행시간이 30분을 넘어가면 해당 장치가 꺼지는 사실도 확인됐다.

환경부는 한국닛산 측의 소명이 불충분하다고 보고 행정조치계획을 이날 확정했다. 한국닛산 측이 반발하면서 법적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환경부는 “법적다툼으로 이어지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차량메이커 앞에서 작아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환경부가 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주장도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리콜에 성실히 응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엔 자동차를 강제로 교체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이들 글로벌 차량메이커에 더 강한 제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