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특위, 21일 종회에 상정
대한불교조계종의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는 지난달 18일 중앙종회에 제출할 결의문에서 ‘참종권 확대’를 첫머리에 올렸다. 직접적 표현은 없었지만 사실상 직선제 도입을 요구한 것이다. 당시 대중공사를 통해 전국 7개 지역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선제 찬성이 60%였던 점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중앙종회 총무원장선출제도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초격 스님·이하 특위)가 3월 제시한 이른바 ‘염화미소법’ 찬성은 9%에 그쳤다.
그러나 2일 열린 특위 임시회의에선 염화미소법의 골간을 유지한 ‘총무원장 선출에 관한 법’ 등을 채택해 21일 열리는 중앙종회에 안건으로 상정키로 했다.
특위는 직선제에 대해선 종교 지도자 선출의 특성을 감안할 때 폐해가 더 크다는 입장을 보였다. 종단 안팎에선 특위가 스스로 만든 염화미소법을 대중공사의 직선제 여론에 밀려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회의 때도 “대중공사의 뜻이 전체 종도의 의견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종단 내 상당수 여론이 직선제를 원하는 상태에서 염화미소법을 강행할 경우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허정 스님(충남 서산 천장사 주지) 등 그동안 직선제 도입을 주장했던 인사들은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 실현을 위한 대중공사 준비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서명운동, 종회 청원 등의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허정 스님은 3일 종회에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종회가) 대중공사의 결론을 외면하면 대중공의를 존중하는 승가의 전통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종정이 3명 중 한 명을 낙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명을 뽑는 ‘손’의 역할만 하는 것도 종정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종회가 염화미소법을 강행할 경우 그동안 자승 총무원장이 종단 혁신의 상징처럼 강조해 온 대중공사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총무원과 종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