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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용선료 ‘1000억’에 발묶인 한진해운… 조양호 결단 내릴까

입력 | 2016-06-06 03:00:00

한달째 용선료 협상 지지부진




조양호 회장

양대 해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항로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르면 7일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재조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아직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 연체료에 발목 잡힌 용선료 협상

5일 해운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조건부 자율협약에 돌입한 직후인 지난달 9일부터 해외 선주 23곳과 용선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014년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한 전례가 있는 ‘베테랑’ 로펌인 영국 프레시필즈와 계약하고 협상에 함께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어떤 해외 선주로부터도 긍정적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면 한진해운의 협상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계약한 선주가 많이 겹치지 않는다”며 “한쪽의 협상 결과가 다른 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용선료 인하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연체된 용선료다. 한진해운이 올해 부담해야 할 용선료는 9300억 원이다. 내년부터 추가로 4조6200억 원의 용선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용선료를 제때 내지 못해 약 1000억 원이 밀려 있다. 해외 선주들은 “밀린 용선료를 갚기 전에는 어떤 논의도 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그리스의 나비오스 측은 용선료 체납을 이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진해운 소속 벌크선을 억류했다가 사흘 만에 놓아주기도 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올해 2월 시작된 현대상선의 협상도 넉 달 가까이 지나 마무리 단계에 왔다”면서 “우리는 아직 협상 초기인 만큼 미팅이나 콘퍼런스 콜(다자 간 전화 회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외 선주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채권단 “한진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 필요”

채권단 일각에서는 연체된 용선료 문제를 해결하고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대주주가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2월 말 한진해운에 대한 컨설팅 결과가 나왔을 때부터 채권단 내부에서 계속 제기된 해법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한진해운이 3월 말 조 회장을 직접 만나 “대주주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은 4월 제출한 자구안에 사재 출연이나 그룹 차원의 지원책을 내놓지 않았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 측에 대주주 지원을 포함한 추가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이미 내려놓은 조 회장 측은 채권단의 추가 책임 분담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진그룹 측은 부실해진 회사를 넘겨받아 회생에 힘을 쏟았는데 이제 와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처럼 비치는 게 억울하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2014년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으로부터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한진그룹 측은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인 2013년부터 현재까지 한진해운에 유상증자, 영구채 매입 등을 통해 1조1502억 원을 투입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올해 1분기(1∼3월) 기준 931%까지 올라가며 회사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진그룹 측은 “대주주 차원의 지원에 대해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해외 선주 22곳과 용선료 재조정 협상 중인 현대상선의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7일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폭을 20%대로 맞추기 위해 최종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3일에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7 대 1의 비율로 감자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조만간 주주총회가 열려 감자안이 확정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정임수 기자·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