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대학특강 사실상 ‘집권 구상’… 또 헌법1조 거론하며 朴정부 비판 “박정희 공화당이 ‘공화’ 의미 흐려… 현재 한국은 민주공화국 아니다” 문재인-박원순은 잇달아 충북行… 반기문 지역기반서 ‘맞불 행보’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3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 강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유 의원은 강연에서 “양극화, 불평등, 공동체 붕괴 문제를 치유하는 보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박정희의 공화당’ 때문에 공화 가치 훼손(?)
유 의원은 이날 서울 성균관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총선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정치 재개’를 알린 것이다. 강연 내용은 ‘집권 구상’에 가까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국내를 비운 사이 전격적으로 보수 지형 흔들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의원의 ‘보수 혁명’ 선언이 여권의 가치 논쟁을 재점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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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은 “대한민국의 자유시장경제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가 아니다. 시장경제의 최대 적은 기득권 세력”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보수 개혁의 방안으로 △법 앞에 평등한 법치 △재벌총수 사면복권과 가석방 금지 △사법·행정 전관예우 금지 △제조물책임법과 집단소송제 강화 △김영란법의 전면 시행 등을 제시했다. 사실상 ‘대선 공약’과도 같았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때마다 내세웠던 ‘헌법’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헌법 1조 1항에서 얘기하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라며 “옛날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쿠데타 이후 만든 정당이 공화당이어서 공화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보수 혁명의 실천 이념으로 ‘공화주의’를 내세우면서 박 대통령의 ‘역린(왕의 노여움을 비유한 말)’을 건드린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각종 정책을 두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유 의원은 “재벌 대기업을 살려야 한국 경제가 산다며 세금 깎아주고 규제도 풀어줬는데, 그 결과는 죽어가는 경제”라고 지적했다. 노동개혁법을 두고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고 양극화나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입법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선 “청문회를 많이 하는 것은 일하는 국회를 위해 필요하다”고 맞섰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해 박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 의원은 이날도 증세를 통한 ‘중(中)부담 중복지’를 거듭 주장했다. 박 대통령과의 화해보다는 차별화로 ‘유승민 정치’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발끈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그동안 새누리당을 어렵게 만든 것을 사과하고 자중하는 게 먼저”라고 비판했다. 한 여권 인사는 “유 의원은 2006년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뜻)’ 공약을 만든 장본인이다. 왜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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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대망론’에 정면대응
문재인 전 대표는 1일 충북 청주를 찾아 종교계 인사들을 만난 뒤 속리산에서 하루를 묵을 예정이다. 이번 방문에는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이자 청주가 지역구였던 노영민 전 의원이 동행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예전부터 잡힌 일정으로 정치적 의미가 있는 방문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4·13총선 이후 전국을 누비며 사실상 ‘대권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전남 고흥 소록도를 방문한 데 이어 20일 서울에서 강연을 했고 27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 28일 부산을 차례로 찾았다. 공교롭게도 소록도는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보다, 하회마을은 반 총장보다 이틀 앞서 방문했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절묘했다.
박 시장도 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충북을 방문할 예정이다. 3일 충북도교육청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시작으로 이틀 동안 8개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처가가 있는 충북 영동을 찾아 영동군과 우호협약을 맺는 일정도 잡혀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13일 광주 전남대 강연에서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 측은 “충북도 등과의 업무협약 등은 계획돼 있던 일정일 뿐 반 총장의 행보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