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에 환경부담금 검토]
《 정부가 환경개선부담금을 경유에 부과하려는 데는 가격 인상이 수요 억제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데도 경유의 유류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아 상대적으로 인상 여지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경유에 직접 부담금을 매기면 공해를 더 많이 유발한 사람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효과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유 세금은 2013년 기준(L당 0.62달러)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OECD 평균(L당 0.81달러)을 밑돈다. 하지만 미세먼지 감축 목적으로 추진하는 경유값 인상안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실제 부담금 부과가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 대책이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 유가 100원 오르면 수송용 유류소비 3.9% 줄어
환경부 일각에서는 에너지 세제 개편이라는 큰 틀의 논의를 외면한 채 분담금이라는 준조세로 경유차를 규제하는 건 ‘꼼수’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다. 환경부는 이미 환경개선부담금 외에도 폐기물부담금, 수질개선부담금 등 분야별로 23개에 이르는 부담금을 징수하고 있어 부담금을 추가로 걷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 환경부는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해 2014년 5171억 원을 거뒀다.
허용석 전 관세청장이 2013년에 발표한 ‘유류세 초과부담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유가가 L당 100원 오르면 수송용 유류소비량은 3.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 소비 감축에 따른 대기 질 개선 등을 감안하면 유·무형의 긍정적 효과는 더욱 크다. 기재부 당국자는 “경유가 휘발유에 비해 저렴하다 보니 디젤 차량이 급속히 보급된 측면이 있다”며 “지금이 수요 억제를 위해 가격을 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사실상 증세’ 국민 반발 우려
정부의 환경개선부담금 경유 부과안이 실현되기 위해 넘어야 할 벽도 만만치 않다. 당장 준조세 부과에 따른 증세(增稅) 논란을 잠재우는 게 관건이다. 담뱃값 인상을 추진한 2014년에도 ‘건강을 위한 금연’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서민 증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경유는 버스, 승합차, 트럭 등 서민들의 생계수단에 사용되는 연료라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된다.
가격 인상의 책임 소재를 두고 부처 간 ‘폭탄 돌리기’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을 건드려도 국민들에게는 경유값 인상이 뒤따르는데 비판을 면하려고 환경부는 세금을, 기재부는 부담금을 올리자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환경개선부담금에 손을 대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과제다.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경유값 인상’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손을 댈 수 있겠느냐는 분석이다.
경유 소비 억제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최선책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결과’에 따르면 차량 운행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량은 전체 미세먼지(PM10·입자 지름 10μm) 국내 발생분의 10%에 불과했다. 경유차 억제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구윤서 안양대 교수(환경에너지공학)는 “경유에 부담금을 매기는 등 손쉬운 대책에만 치중하지 말고 배출원별 발생량부터 정확히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환경개선부담금
환경오염 원인 물질을 배출하는 경유차 소유자에게 부과해 징수하는 부담금. 유로5 이상 차량에는
면제된다. 환경개선비용부담법에 근거해 부과되며 징수된 부담금은 대기 및 수질 환경 개선 사업, 저공해 기술 개발 연구 지원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