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UB SCP 기술개발 및 국제표준화’ 등 저작권 기술 R&D 통해 미래 대비 문화체육관광부·저작권위원회, 디지털 콘텐츠 이용 쉽도록 제도 마련
2000년 중 후반 이후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제품을 중심으로 촉발된 디지털 개인 기기의 보급 혁명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의 콘텐츠들이 디지털화되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그파, 후지, 코닥 필름과 같은 대표적인 브랜드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사라져 갔고, MP3 플레이어는 소비자들의 책장에 진열되어 있던 테이프와 CD들을 골동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수천 곡의 음악을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들을 수 있게 되었고, 필름을 구입하여 교체해야 되는 번거로움이나 현상·인화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콘텐츠 사용편리성 점점 좋아져
이렇듯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활약에 힘입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및 사용편리성이 개선되다 보니 관련 산업의 매출 또한 변화가 발생했다. 사진 분야에서는 이미 아날로그의 매출은 의미가 없어졌으며, 전 세계 음반회사들을 대표하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월 기준으로 디지털 음악의 매출은 150억 달러로 기존 아날로그 음악 시장과 동일해졌다고 밝혔다. 디지털화의 가속화와 아날로그 시장의 감소를 감안하면 이들의 격차는 향후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도서 출판 시장은 어떨까?
시청각 자료 추가된 교육 콘텐츠 인기
우리는 주변에서 이미 이러한 현상의 조짐을 포착할 수 있다. 유아용 구현동화나 시청각 자료가 추가된 교육용 콘텐츠들의 제작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용자와 콘텐츠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마치 게임을 하듯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줄거리의 방향이 변경되는 전자책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있어 새로운 시장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종이책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융합과 프로그래밍 기술까지도 요구되는 복합 콘텐츠의 형태를 띠게 된다.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고가이다 보니 해당 콘텐츠에 대한 보호조치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콘텐츠 판매나 배포는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자가 요구하는 저작권 보호조치는 일반적으로 솔루션 제작사별로 기술이 상이하여 전자책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선호하는 전자책 뷰어를 사용할 수 없는 불편함을 야기하여 전자책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는 양날의 칼로 인식되기도 한다.
‘EPUB SCP 기술개발 및 국제표준화’ 적극 추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전자책 저작권자들과 이용자들의 이러한 상충된 요구사항을 해결하고자 2011년부터 2년 동안 ‘국제표준의 EPUB기반 e-book DRM표준 레퍼런스 소프트웨어 개발과제’를 수행했고, 그 연구를 통해 보안성과 호환성 그리고 사용자 편리성을 고려한 전자책 DRM 호환기술에 대한 산업표준안을 마련했으며 이는 2014년 국가표준으로 제정 고시되었다.
국제적으로 보면 전자책 표준 포맷인 EPUB의 구현을 위해 설립된 리디움(Readium) 표준화 단체에서 리디움 LCP(Licensed Content Protection)라고 하는 DRM 표준도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저작권위원회는 2014년부터 3년간 수행되고 있는 ‘EPUB SCP 기술개발 및 국제표준화’ 과제를 통해 리디움 표준화에 적극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의 전자책 표준을 리디움 LCP 국제표준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국내 저작권 기술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