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사제-대학교수 이어 세 번째 삶 꿈꾸는 조광호 신부
《 “가톨릭 사제로서 못다 읽은 인류 고전을 공부하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스테인드글라스(유리화)로 한국의 랜드마크 건물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올해 일흔인 조광호 신부는 여생을 바칠 꿈을 담담하게 말했다. 21일 인천 송도 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화가 신부, 대학교수에 이어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이라는 세 번째 길을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했다. 》
서울 당산철교의 대형 벽화, 옛 서울역 로비 천장화를 그려 미술가로 널리 알려진 조광호 신부. 그는 “여생을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에 바치고 싶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979년 성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사제품을 받은 그는 화가 신부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 당산철교의 대형 벽화와 서소문 순교성지 기념탑, 옛 서울역 로비 천장화 등이 그의 작품이다.
대구 범어동주교좌성당 내 소성당의 성가대석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진정성과 열의를 갖고 누구에게나 도움을 청하면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것을 알고 감동받았습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스테인드글라스 기술력이 뛰어난 독일 못지않은 공방을 세웠고, 투명하게 색채를 내는 기법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특히 독일 이스라엘 등이 고온에서 불투명하게 색깔을 내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저처럼 투명하게 색을 내지는 못해요. 이런 기법을 쓰면 보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특허와 기술을 저 혼자만의 것으로 쓰고 싶지 않아요. 내년부터 스테인드글라스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전수해줄 생각이에요. 만약 랜드마크 빌딩을 세운다면 특허료나 작품료 없이 인건비만 받고 참여하려고 해요. 이 나이의 신부가 작품 외에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허허.”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