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반가사유상 특별전’ 막전막후
오하시 가쓰아키 와세다대 명예교수(오른쪽)와 이성시 와세다대 교수가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근처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카무라 도시타카 씨 제공
오하시 가쓰아키(大橋一章·74) 와세다대 명예교수(불교미술사)는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반가사유상 특별전을 관람하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나라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과 일본 국보인 주구지(中宮寺) 반가사유상이 처음으로 함께 전시되기까지 4년에 걸친 양국 관계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오하시 교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국보 제78호 금동 반가사유상. 부드러운 신체의 곡선과 흘러내린 천의(天衣)에 대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하지만 고류지의 불허로 특별전 개최가 위기를 맞았고, 일본 측 반가사유상이 주구지 소장품으로 변경됐다. 한국 측도 주구지 반가사유상과 어울리는 불상은 국보 83호보다는 78호라고 판단해 전시품을 바꾸기로 했다.
일본 주구지의 목조 반가사유상. 머리에 튼 두 개의 둥근 상투가 인상적이다. 일본적인 조형미가 가미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 준비를 위한 각종 비용은 재일동포 3세로 모리 전 총리와 친분이 있는 한 사업가가 대기로 했다. 양국 국보의 해외 교차 전시를 위한 실무작업은 이영훈 관장과 오하시 교수, 이성시 와세다대 교수 등 10명의 한일 전문가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맡았다.
오하시 교수는 “각계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두 걸작을 한자리에서 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일본 불교미술의 ‘선생님’은 역시 백제”라며 “일본 장인들이 한반도 불상을 베끼는 수준에서 벗어나 창의성이 발휘되기 시작한 시점에 주구지 반가사유상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