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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김앤장 출장소’? 12년새 8명째 입성

입력 | 2016-05-25 03:00:00

YS정부 이후 민정라인 인사 보니
최근 81개월간 연이어 靑근무… 퇴임후 김앤장 합류도 2명
YS-DJ 정부때는 1명도 없어
법률 제정-정책 결정에 영향 미쳐… 靑 “적임자 찾다보니 우연한 결과”




“‘아, 이번에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청와대 끈을 놓지 않으려는 김앤장의 의지가 대단해 보였다.”

23일 청와대 신임 법무비서관(차관급)에 최철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53·사법연수원 23기)가 임명됐다는 소식에 한 법조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최 비서관은 과거 김영삼(YS) 정부 이후 통산 8번째로 청와대 ‘입성’에 성공한 김앤장 변호사다.

본보는 대통령기록관과 대통령실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YS 정부 이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소속 비서관급 이상 103명(중복 제외 90명)의 명단을 입수했다. 분석 결과 김앤장 출신 인사는 모두 8명. 김앤장에서 다른 로펌으로 옮긴 뒤 청와대에 들어가거나(1명), 청와대 근무 후 김앤장에 입사한 경우(2명)까지 포함하면 11명에 이른다.

특히 2009년 9월 이제호 법무비서관부터 이번 최 비서관까지 8명의 비서관급 인사가 바통 터치하듯 6년 9개월에 걸쳐 청와대 근무를 이어 가고 있다. 81개월에 이르는 김앤장 변호사들의 청와대 ‘출근’ 기록은 최 비서관 임명으로 더 길어지게 됐다. 일각에서 “청와대가 김앤장 출장소냐”라는 조롱 섞인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YS와 김대중(DJ) 정부 때 민정수석실 비서관 42명 중에는 김앤장 출신이 한 명도 없었다. 김앤장 출신의 청와대행은 노무현 정부(총 24명) 때인 2004년 2월 박정규 민정수석비서관(68·연수원 12기)부터 시작됐다. 같은 시기 신현수 사정비서관(58·연수원 16기)은 대검찰청 마약과장을 끝으로 사직한 뒤 청와대 근무 후 김앤장에 취업했다. 김앤장은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3명(전체 18명), 박근혜 정부에서 5명(전체 18명)의 청와대 민정 라인 비서관을 배출했다. 정권이 바뀔수록 민정 라인에 임명되는 법조인이 늘면서 덩달아 김앤장 출신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민정수석실 비서관 중 김앤장 비율은 노무현 정부 때 8.3%였다가 이명박 정부 때 16.6%로 올랐고 현 정부는 27.7%에 이른다.

민정수석실의 공식 기능은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고 공직·사회 기강 관련 업무와 인사 검증, 법률 문제 보좌 담당이다. 결국 김앤장이 정부 정책의 방향은 물론이고 고위 공직자 인선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청와대는 적임자를 찾다 보니 수준 높은 법조인이 많은 김앤장 출신이 청와대에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졌을 뿐 특별히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앤장이 소속 변호사들의 ‘김앤장→청와대→김앤장’식 순환을 통해 ‘법률 권력’으로서의 영향력을 키운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심지어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김앤장 출신을 발탁하는 게 아니라 김앤장이 청와대에 소속 변호사를 잠시 파견 보냈다가 재취업시키는 형태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 현직 판사는 “김앤장이 청와대에 계속 사람을 보내는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넓게는 나라 돌아가는 판과 흐름을 읽어 기업 이윤을 꾀하기 위해서고, 좁게는 사전에 대처할 수 없는 리스크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변호사 한 명이 대형 사건을 수임해 얻는 이득보다 ‘청와대 근무’를 통해 얻는 편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장택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