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는 1913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이듬해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수상자가 없었기에 춘원이 ‘재작년’이라 표현한 듯하다. 노벨문학상 소식 중 우리나라에서 역대 최고의 관심을 모은 것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수상 소식이다. 다른 나라가 아닌 일본의 작가였으니 질투 섞인 부러움이 컸다.
가와바타의 수상이 “일본 문학을 체계적으로 세계에 소개하는 데 진력해 온 도널드 킨 등 외국인 번역문학가의 노력에 크게 힘입은 것”이라는 진단, “정부가 올림픽을 위해서는 몇억 원씩 쏟으면서 학문, 예술에 대해선 인색하다”는 지적 등이 이어졌다. 문학평론가 김치수는 가와바타의 작품 세계가 갖는 한계를 지적하며 그의 대표작 ‘설국’이 날림으로 번역되어 10종 이상 출간된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타고르와 가와바타 이후 동양인으로는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와 중국의 모옌이 각각 1994년과 201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이 쓰고 데버러 스미스가 옮긴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이런 질문이 다시 활발해졌다. 우리나라 작가는 언제쯤?
재미 작가·언론인 피터 현이 1982년 9월 18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노벨문학상 언제나 타게 되나’에 오래된 답이 나온다. “중국 문학이나 일본 문학은 훌륭한 번역가를 갖고 있었지만 한국의 번역 작품들은 서툰 번역으로 문학적 가치를 훼손당하고 있다. 좋은 번역가를 발굴해 번역 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 일시적인 노벨문학상 열병에 휩쓸리지 말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해외 독자들에게 읽혀야 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