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어제 4선 이상 중진과 원내지도부 간의 연석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와 혁신위원회 출범 무산에 따른 위기 상황 타개 해법을 논의한 뒤 또다시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최종 결정을 위임했다. 회의에서는 비대위와 혁신위를 합친 ‘혁신 비대위’를 구성하고 위원장도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시됐다. 사실 이 안은 비박(비박근혜)계가 처음부터 주장했던 것이지만 당선인 설문조사에서 70% 이상이 관리형 비대위와 혁신위를 따로 설치하길 원해 채택되지 못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처음엔 이 안이 마뜩잖았지만 비박계 인사 위주로 짜인 현 비대위 구성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것 같다.
혁신 비대위는 최고위원회를 대신해 다음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임무를 맡는 비대위와 당헌 당규를 바꾸고 수평적 당청관계를 구축해야 할 혁신위를 하나로 묶자는 구상이다. 관리와 혁신 업무를 동시에 추진하게 되니 당연히 훨씬 더 많은 권한과 더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문제는 혁신 비대위를 구성한다 해도 과연 ‘친박’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달 11일 중진 연석회의 결정에 따라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게 됐지만 혁신위원장은 외부에서 영입하려다가 인물난으로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세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박은 정 원내대표와 비박을 상대로 비대위와 혁신위 출범을 무산시켜 자신들의 힘을 십분 과시했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7∼19일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29%를 기록했다. 한때 더블스코어 차이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26%)에 비해 불과 3%포인트 높았다. 총선에 참패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여당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