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물론 게이츠와 저커버그는 하버드대에 입학했으니 머리 좋고 공부도 열심히 한 수재였겠죠. 하지만 그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도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건, 좋은 대학이 인생의 만능 키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대신 이들에겐 자신의 인생을 걸고 도전할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어떤 형태의 제품을 만들겠다 등 명확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대학을 그만둘 수 있었던 겁니다.
같은 논리로 미래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없다면 학교를 그만두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그럴수록 미래의 목표를 찾기 위한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하고, 학생이라면 학업에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
“진로 고민 때문에 공부에 집중이 안 돼요”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는 게 좋은지 목표만 정해 주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진짜 앞만 보고 달려갈게요”라고 말하는 친구들은 진로고민은 잠시 접고 학교 공부에 더욱 매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공부에 빠져 보면 내가 정말 관심을 갖는 분야가 무엇인지 더 잘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나라 학생 대부분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취업을 하거나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은 결국 특정 학과의 전공으로 연결되고 그 전공은 다시 직업으로 연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교과목을 공들여 공부해 봐야 내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과목, 어떤 주제에 흥미가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건성으로 공부하면 충분히 이해가 안 된 상태여서 좋은지 싫은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고, 최선을 다해 공부해 본 사람만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결정하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이나 과학을 좋아하면 그와 관련된 대학의 전공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진출 분야와 진출 직업을 찾아가면서 진로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또 이후에는 좋아하는 교과목을 중심으로 연계된 수학경시대회나 과학체험전, 과학박물관 견학, 수학·과학 분야 잡지 구독, 과학자 공개 강연 등 연계된 경험을 늘리는 게 중요합니다. 이처럼 좋아하거나 남들에 비해 비교적 성적이 좋은 교과목, 또 하고 싶은 일의 분야를 대략적으로라도 발견하면 방향 설정은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그 시작이 학교 공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기 바랍니다.
이랑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