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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장택동]다음 기회는 많지 않다

입력 | 2016-05-17 03:00:00


장택동 정치부 차장

4·13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난 뒤 정치권의 관심사 중 하나가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달라질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 후 한 달이 지나면서 박 대통령은 이 질문에 두 가지 답을 내놨다.

첫 번째는 13일 열린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의 회동이었다. 박 대통령은 연분홍색 재킷을 입고 야당 원내지도부에게 협력을 당부했다. 88분간의 회동은 화기애애하고 진지했다고 한다. 총선 직전까지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만 한다”(4월 12일 국무회의)며 야당을 압박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두 번째는 15일 대통령비서실장과 일부 수석비서관을 교체한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을 대표하는 비서실장을 교체함으로써 총선 이후 줄곧 제기돼온 ‘인적 쇄신’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였다.

총선 이후에도 박 대통령이 ‘마이 웨이’를 고집할까 봐 내심 우려했던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환영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 다음 날 청와대 대변인이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내놨을 때에는 사실 암담했다”며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변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화의 보폭은 커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 간 회동으로 모처럼 조성됐던 협치(協治) 분위기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놓고 사흘 만에 흔들리고 있다. ‘관리형’ 비서실장을 임명하고 수석비서관 두 명만 자리를 옮기거나 교체한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 대해서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새누리당의 변화는 더욱 느리다. 차가운 민심을 확인했음에도 해묵은 계파 갈등은 재연됐고 총선 이후 한 달간의 ‘골든타임’을 허송세월했다.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으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자 친박(친박근혜)계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어 벌써부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무성 대표 시절에도 ‘보수혁신특별위원회’에서 내놓은 국민참여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을 당론으로 추인까지 하고서도 결국 유야무야된 전례가 있다.

총선에서 여권은 국민으로부터 강력한 ‘옐로카드’를 받았다. 따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시간도 많지 않다. 그런데 총선 이후 한 달 동안 여권이 보여준 모습에서는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도 “시간이 지나면 지지층이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일까.

‘개혁’과 ‘쇄신’의 어감은 비슷하지만 개혁은 스스로 변하는 것이고, 쇄신은 외부의 힘에 의해 바뀌는 것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여권은 총선 전에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제 민의에 의해 쇄신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마저도 흘려보낸다면 ‘다음 기회’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