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3시 전남 고흥군 고흥문화회관에서 명예군민증을 받은 마리아네 스퇴거 수녀(82)는 미소를 띠며 이런 짧은 소감을 밝혔다. 또 소록도성당 김연준 신부가 오스트리아 요양원에 입원 중인 마르그레트 피사레크 수녀(81)를 대신해 명예군민증을 받았다.
소록도 천사 할매로 불리는 두 수녀는 오스트리아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1962년 소록도에 들어와 43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보살폈다. 두 수녀는 2005년 ‘건강이 악화돼 환자들을 돌볼 수 없어 부담만 주는 것이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편지를 남겨놓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고흥군은 이날 명예군민증 수여식에서 스퇴거 수녀에게 ‘소록도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여전히 ‘소록도에 짐이 되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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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은 명예군민 4명에게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기념우표 100장과 증정패를 전달했다. 명예군민은 지역발전에 공로가 인정된 타 지역 출신사람들에게 주는 것으로 고흥군의 문화·관광시설 방문 때 각종 편의제공은 물론 행사 때 정중한 예우를 받는다. 박병종 고흥군수는 “인간성이 쇠퇴해 가는 요즘 세태에 비춰 봉사정신의 고귀함은 인류의 자산”이라며 “소록도가 지난 100년간 애환의 섬이었다면 앞으로 100년은 희망과 치유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록도에서는 국립소록도병원 100주년을 기념해 16일부터 18일까지 국제학술심포지엄을 비롯해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