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정조준 ‘비상사태’ 지침발표… 외세공격 대비한 군사훈련도 명령 가디언 “생필품 약탈 등 무법천지”… WSJ “쿠데타-폭력사태 가능성”
극심한 경제난 때문에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14일 공장 가동을 멈춘 기업인을 체포하고 시설은 압류하라고 명령했다. 전날 선포한 60일간의 국가비상사태의 구체적 시행 지침으로 좌파 정권에 맞서는 우파 세력을 정조준한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 이바라 광장에서 열린 연설에서 “국가 경제를 파괴하려고 생산을 중단하는 사람들은 수갑을 채워 교도소로 보내야 한다”며 “부르주아(자본가)들에 의해 마비된 생산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현 경제위기는 외세의 공격에서 비롯됐다”면서 외국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며 군사훈련을 지시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기업인 체포 명령은 베네수엘라 최대 식품기업 폴라르그룹이 최근 맥주 원료를 수입할 외화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맥주 생산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내려졌다. 폴라르그룹 소속 4개 맥주회사는 베네수엘라 전체 맥주 소비량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폴라르그룹의 로렌소 멘도사 회장은 공공연하게 마두로 정권에 반기를 들어왔다.
앞서 야권은 마두로 대통령을 국민소환 투표로 쫓아내기 위해 국민 180만 명의 서명을 받은 관련 서류를 지난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미국 정보기관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 대규모 폭력사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정부도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