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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의 실록한의학]영조 ‘이중탕-차 마시기’로 이명 다스려

입력 | 2016-05-16 03:00:00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골골 100세’라는 말이 있다. 잔병치레가 잦은 사람이 오히려 오래 산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왕 중에선 영조(1694∼1776)가 대표적이다. 조선 왕의 평균수명은 47세, ‘소심’과 ‘변심’의 상징이자 저질 체력의 소유자였던 영조는 잔병치레를 하면서도 82세 천수(天壽)를 누렸다.

영조를 평생 괴롭힌 질환은 이명(耳鳴), 즉 ‘귀울림’이다. 몸과 마음의 피로가 못 견딜 정도로 쌓여 귀가 ‘울면서’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 ‘윙윙’, ‘웅웅’에서 심하면 ‘징징’ 하는 쇠붙이 진동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46세 때 영조는 “귀에서 쇳소리가 들린다. 날이 추우면 웅성거리는 소리까지 들려 고통스럽다”며 이명 증상을 토로했다. 당시 영의정 김재로는 “옛 처방 기록에 따르면 이 모두가 몸이 쇠약해져 생긴 증상”이라고 답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은 ‘연암일기’에서 “코골이는 다른 사람만 괴롭히는 외향적 괴로움인 반면, 이명은 자신만 아는 내향적 괴로움”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골이는 뚱뚱하거나 열이 많은 양적(陽的) 체질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이명은 내향적이고 허약해 작은 일에도 속을 끓이는 음적(陰的) 체질에서 주로 나타난다. 음적 체질의 사람들은 소심하고 자학적이라 위장병을 달고 산다.

영조도 심한 위허증(胃虛症)으로 인해 이명과 현기증, 체증(滯症)을 겪었다. 이명은 실제 위장 질환과 깊은 관련이 있다. 허기가 심하면 일반인도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때가 있으며 귀의 평형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러움과 체한 느낌이 든다. 구토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명을 치료하기 위해 영조가 의지한 탕약이 바로 이중탕(理中湯)이다. 주재료인 인삼에 백출, 포건강, 자감초가 들어가는 한방의 대표적 위장 강화제로, 손발이 차고 위통 복통을 자주 호소하며 빈뇨나 설사기가 있는 사람에게 좋다. 61세 때인 재위 31년 영조는 “이중탕 약효 때문에 이명증이 좋아졌다”며 극찬했다. 영조의 이명증이 양기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 의관들은 인삼이 들어간 삼귤차, 익위승양차, 보중익기탕 등 전형적 보약을 처방하며 고갈된 체력을 찾길 기원했다. 하지만 재위 33년 이런 노력에도 증세가 더 나아지지 않자 영조는 다시 인삼을 듬뿍 넣어 더욱 수위를 높인 이중탕을 처방해 먹었다.

장기간의 한약 복용에 부담을 느낀 영조의 차선책은 차 마시기(茶飮). 한두 가지 한약재를 차로 끓여 음료수처럼 마시는 방법으로, 영조는 인삼과 생강 또는 인삼과 귤껍질 조합을 애용했다. 소화력이 떨어지고 냉기를 잘 느끼거나 이명을 앓는 현대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처방이다. 영조의 한 평생은 서자라는 열등감, 당파와의 싸움이자 저질 체력과의 투쟁이었다. 그런 그에게 이명은 몸의 가장 솔직한 고백이었는지 모른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