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금리도 무척 낮아지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수월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금리가 낮아져서 기업이나 가계 모두 행복해진 걸까요? 낮은 금리 덕분에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도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고 기업들의 이자 비용도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집값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고 이익이 나지 않아 부실해진 기업들의 부채 규모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금리가 낮아져 돈 빌리기가 쉬워진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세계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0으로 낮추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마이너스 금리로 가기도 합니다. 마이너스 금리에서는 은행에 저축을 하게 되면 오히려 이자를 물어야 합니다.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충격적인 정책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금리를 낮추는 정책으로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금리, 즉 이자율은 미래를 현재와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 금리는 미래 소득을 현재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입니다. 반면 빌려 주는 사람 입장에서 금리는 현재 소득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한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따라서 금리가 높으면 사람들은 저축을 더 많이 하려고 합니다.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현재의 소비, 투자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지만 미래를 위한 저축과 소득을 증대하려는 노력을 위축시킵니다. 극단적으로 낮은 금리가 지속되면 집값과 같은 자산 가격이 오르고 저축 부진에 따른 투자의 정체, 자산시장 거품 붕괴 등 다시 경제위기로 이어지게 됩니다. 선진국들의 극단적인 제로 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세계경제를 오히려 긴 침체의 늪으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