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 늘어선 산림동 일대 변신 소량 주문생산 ‘테스트베드’ 최적… 재료구입서 배송까지 한번에 해결 예술가들 속속 입주… 거리 활기… 을지로만의 특색 살린 제품도 기획
폐자전거를 활용해 가구를 만든 청년 예술가 그룹 ‘써클활동’. 금속공예를 전공한 이들은 서울 중구 을지로4가 공구상가의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며 낙후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왼쪽부터 이건희 조민정 최현택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각종 재료를 구할 수 있고 소규모 가공업체가 다 모여 있어 한때 ‘탱크도 만들 수 있다’고 했던 서울 중구 을지로4가 일대가 대중매체에 그려진 모습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산업화를 이끌었던 이곳이 어느 순간 낙후하고 음산한 공간이 됐다.
하지만 최근 청년 예술가들이 몰리면서 새로운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길에 철공소가 늘어선 중구 산림동 일대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이유가 뭘까.
광고 로드중
세 사람은 디자이너에게 을지로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대학 때 금속이 어떻게 가공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곳에서 현장학습을 했다”며 “이제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슬리퍼를 신고 가서 바로 물어본다”라고 했다. 대량 생산을 위주로 하는 경기, 서울 구로 지역과 달리 소규모 업체가 많아 조금씩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보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해 이들에겐 최고의 장소이다.
을지로만의 특색을 살린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이 씨는 “일본 도야마(富山) 현의 디자인페스티벌에서는 지역 장인과 디자이너가 협업해 제품을 판매한다”며 “우리나라는 주로 무형문화재 등 전통 기술 장인을 중심으로 협업이 이뤄지는데 이곳 을지로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기술자들의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을지로에서 재료를 구하고 가공한 구리 컵 등을 ‘을지생산’이란 브랜드로 조만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씨는 “주변에서 재료를 구해 가공하고 방산시장에서 포장해 우체국에서 배송까지 해결한다”며 “서울 시내에서 이런 공간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이곳에는 도자기를 주로 만드는 ‘퍼블릭쇼’와 전통 재료로 인테리어 가구를 디자인하는 ‘산림조형’ 등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작품 작업은 물론이고 을지로 투어 지도와 안내판 등을 제작하며 거리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