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트럼프 41% vs 힐러리 39%… 설마가 현실로?

입력 | 2016-05-04 03:00:00

양자대결 구도 이후 지지율 첫 역전… 트럼프 필패론 딛고 ‘무서운 질주’




도널드 트럼프(70)가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69)을 제쳤다.

정치 전문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2일 공개한 여론조사(4월 27∼28일 실시)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트럼프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양자 대결에서 41% 대 39%로 앞섰다. 오차 범위(±3%포인트) 내에 있지만 이 기관의 조사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을 이긴 건 처음이다.

그동안 공화당 지도부는 ‘클린턴과의 본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는 이유로 트럼프 불가론을 내세우고 7월 중재전당대회 아이디어를 띄우면서 트럼프를 낙마시키려는 불을 지폈다. 하지만 트럼프가 클린턴을 꺾는 여론조사까지 나오면서 이제 ‘트럼프 대선 후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CNN은 전했다.

더욱이 라스무센 조사에서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표의 확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원 중 15%는 클린턴이 아닌 트럼프에게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답했지만 공화당원 중 클린턴을 지지하겠다는 사람은 8%에 그쳤다. 트럼프 유세장에 늘 등장하는 푯말인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수치다.

트럼프의 가파른 상승세는 백인 노동자층의 확고한 표 결집을 바탕으로 대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1주일 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건 외교 정책 발표로 주요 미디어의 톱뉴스 자리를 장식했다. 클린턴과 공화당 2위 후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을 ‘부정직한 힐러리(Crooked Hillary)’와 ‘거짓말쟁이 테드(Lyin‘ Ted)’라는 귀에 쏙쏙 박히는 구호로 공격한다. 반면 클린턴은 ‘월가 개혁’이라는 선명한 구호를 내세우면서 경선을 끝까지 가겠다는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에 가려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연일 시끌벅적한 노이즈 마케팅을 펴고 있는 트럼프에 비하면 존재감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조작된 시스템’이라고 공격하는 당 지도부의 중재전대 계획과 크루즈와 3위 후보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64)의 한시적 반(反)트럼프 연대도 ‘정치적 꼼수’라는 비난을 받으며 역풍이 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크루즈 선거 사무실엔 ‘왜 갑자기 후보 단일화를 해 경선 결과를 왜곡하려 하느냐’는 유권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크루즈-케이식 연대의 첫 시험대인 3일 인디애나 주 경선에선 트럼프가 승리하며 대선 후보 가능성을 굳힐 것으로 보인다. 2일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그라비스의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는 44%, 크루즈 27%, 케이식은 9%였다. 2, 3위를 합친 것보다 트럼프가 8%포인트 높다.

트럼프의 질주에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이 현실화할 것을 우려한 일부 히스패닉 등은 귀화 신청을 서두르는 등 미 사회는 패닉에 빠지는 분위기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히스패닉 무슬림 등 이민자들의 귀화 신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한편 트럼프 캠프의 좌장 격인 공화당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이 지난달 25일 상원 전체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고 말했다. 2일 공개된 연방의회 의사록에 따르면 세션스 의원은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는 280%나 증가했으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며 “한미 FTA와 비슷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집권 시 한미 간의 안보 동맹은 물론이고 경제 동맹도 크게 흔들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