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40주년 맞아 기념공연 연출 맡은 기국서 박근형 김낙형
극단 76단의 40주년 기념 공연 중 첫 번째 시리즈로 지난달 20일부터 대학로 선돌극장 무대에 오른 ‘리어의 역’의 한 장면. 연출가 기국서의 4년 만의 신작으로 40년간 리어왕 역을 맡아온 연극배우(홍원기·왼쪽)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단 76단 제공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은 극단은 실험정신과 저항의 미학을 추구하며 전위극의 산실이었다. 대표작이 90분 내내 줄거리 없이 관객에게 상스러운 욕과 물세례를 퍼붓는 ‘관객모독’(1978년 초연)일 만큼….
이 극단은 대학로에서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은 영화와 연극계를 주름잡는 김윤석 기주봉 송승환 윤제문 성동일 정준호 같은 배우들이 이 극단에서 배출됐다. 수많은 연출가들도 극단을 거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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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76단 창단 40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을 연달아 올리는 연출가 김낙형, 기국서, 박근형(왼쪽부터).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대학로 카페에서 만난 세 명의 연출가는 “커피는 돈이 아까우니 술이나 마시자’며 와인을 주문했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극단이라 술자리 에피소드가 많다. 김낙형 연출은 “특히 박근형 선배의 극단 골목길 초창기 작품에 극단 76단의 술자리 에피소드가 많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박근형 연출은 “연극의 뿌리가 극단 76단이다 보니 그렇다”라고 말했다.
기국서 연출은 극단의 산증인이다. 돈 되는 작품보다 실험극을 하다 보니 극단 형편이 어려워 그가 20년 가까이 공사 현장에서 일했다고 주위에서는 말한다.
“지난해 6월 우연히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을 만났는데, 연극 ‘리어왕’ 출연을 권했어요. 오랫동안 연극 무대를 떠난지라 거절하고 돌아서는데, 순간 리어왕 역을 오래 연기한 노(老)배우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서 40주년 기념작으로 선보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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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76단에서 배우로 활동했던 김낙형 연출은 “배우 시절엔, 기국서 선생님이 공연 직전까지 내용을 바꾸실 때마다 죽을 것 같았는데, 정작 저 역시 극단 76단의 피를 이어받은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기국서 연출은 “연극은 생물이다”라고 말했다.
극단 76단의 40주년 공연은 6월 12일까지 선돌극장, 게릴라극장에서 진행된다. 전석 3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