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어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통해 사건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다국적 기업 옥시는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횡포와 반(反)윤리를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하고 국회 차원에서도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비대위원들이 전날 대통령의 언론간담회 같은 정치적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김 대표가 제기한 ‘옥시 사태’ 청문회는 엉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문제야말로 기업과 정부의 무책임이 겹쳐 피해가 커진 ‘안방의 세월호 사태’나 다름없다.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이라면 찬성이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은 아직도 ‘그들만의 뜬구름’에 갇혀 국민의 삶과는 겉돌고 있다는 방증이다.
2006년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살인 살균제의 심각성을 질병관리본부에 알렸을 때 바로 역학조사를 했다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46명에 이르는 참사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7년 말 4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는데도 질병관리본부 담당 과장은 “(질병관리본부 담당인) 감염병은 아닌 것 같다”며 방관하다 2011년에야 역학조사를 벌여 살균제가 폐 질환의 원인임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왜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가 2007년 말 이를 묵살한 이유를 조사하지 않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정치권에서 살균제 사건을 규명하려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모처럼 국민을 위한 ‘생활 정치’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청문회가 열리면 의원들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당시 정부 관리들이 왜 그렇게 무책임하고 무성의했는지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는 이번에야말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