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번기 앞두고 다양한 지원사업 펼쳐 농민들에 인기
20일 오전 경기 화성시 남양농협 농기계수리센터를 찾은 한 농민(왼쪽)이 센터 직원에게서 농기계 점검사항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화성=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물 대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할 테니 걱정 붙들어 매세요.”
20일 오전 경기 화성시 남양농협 영농지원센터 안에 마련된 농기계수리센터. 신외리 이장 박상태 씨(49)가 고장 난 양수기를 내려놓자 센터 직원은 “최대한 빨리 수리해 드리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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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한쪽에는 ‘농기계 이동수리센터’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진 트럭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트럭 안에는 각종 공구와 기기 230여 가지를 갖춰 놓았다. 급한 수리 요청 전화가 오면 바로 현장으로 출동해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트럭’인 셈. 전국 농협에는 이런 트럭이 300여 대 배치돼 있다. 박 씨는 “오늘은 마침 시간이 비어 직접 찾아왔지만 바쁠 때는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달려와 수리해주니 얼마나 좋으냐”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 “농번기 앞둔 농가 걱정 덜어줘”
더욱 두드러지는 점은 65세 이상 농가 인구 비율이다. 지난해 38.4%이던 전체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올해 39.9%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이 되면 47.7%까지 증가한다는 게 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이다. 이는 향후 10년 안에 농가 인구 절반이 65세 이상 노년층으로 채워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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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농협도 그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올 초부터 농기계 점검 행사를 알리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조합원에게 보내고 주요 길목에 현수막도 내걸었다. 농협 농기계센터가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기기 생산업체에 관계없이 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정성기 남양농협 경제본부장은 “일반 농기계대리점은 주로 자사(自社) 제품만 취급하는 반면 우리는 모든 농기계를 수리할 수 있다. 농민이 내는 공임(工賃)이나 부품 비용도 적게 들어 부담을 확실히 줄였다”고 말했다.
물론 공임과 수리비를 덜 받는 만큼 단위농협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는 농기계 생산업체로부터 부품을 대량 구매해 단가를 낮추고 지원금도 늘리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해까지는 부품 수급에 드는 비용도 일반 농기계대리점보다 더 드는 등 애로사항이 적지 않았지만 올 들어 부담이 꽤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고가(高價)의 농기계를 보유하기 어려운 농가나 여성, 노인 등 농기계 작동이 서투른 이들을 위한 농기계은행사업도 있다. 2008년 시작된 농기계은행사업은 농가에서 미리 작업이 필요한 곳을 신청하면 농협에서 제때 파종, 방역, 수확 등을 대행해주는 것이다. 김용식 농협중앙회 자재부장은 “농기계은행사업을 통해 올해 약 3000억 원의 작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비료, 사료 값 낮춰 비용 부담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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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농협은 화학비료 가격도 17% 낮췄다. 농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요소 비료는 20kg들이 한 포대에 9100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0.9% 인하한 것이다. 사실 비료는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 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농협은 이런 난관을 철저한 사전 수요 조사와 적극적인 납품업체 참여 유도로 극복했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협경제 대표이사는 “전문회계법인을 통해 국제 원자재 가격 추이를 예측하고 이듬해 경제 전망을 반영해 종류별 최저 가격을 산정하는데 일본에서도 우리의 비용절감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것을 고려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 “협동조합 본래 목적 충실… 소비자 만족”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업 시스템을 혁신해 비료나 농약, 사료 등 농협이 공급하는 자재가 비싸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성=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