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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막아라” 선원-시설 샅샅이 체크

입력 | 2016-04-25 03:00:00

24시간 깨어있는 여수검역선, 바다 한복판 검역현장 가보니



20일 국립여수검역소 검역관들이 전남 여수시 오동항 동쪽에 정박한 한 화학선에서 선원의 체온을 재고 있다(맨위쪽 사진). 계단 시설이 없는 배에 오를 땐 맨아래쪽 사진처럼 사다리(흰동그라미)를 이용할 때도 있다. 여수=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질병관리본부 제공


전남 여수시 오동도에서 동쪽으로 5km가량 떨어진 해상.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검역감염병 오염국인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2만2000t급 파나마 선적 A화학선이 닻을 내린 채 떠 있었다. 400분의 1 크기인 감시정 ‘오동호’를 A화학선 옆에 대니 바람이 잔잔한 날인데도 갑판이 요동쳤다. 해외에서 온 선박과 선원, 승객이 국내에 지카 바이러스 등 감염병 매개체를 퍼뜨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질병관리본부 검역관들의 승선 검역 현장에 20일 동행했다.

항구에 접안하지 못하는 큰 배는 바다 한복판에 세운 채 검역관이 직접 승선해 검역한다. 이 배는 길이가 180m, 폭 28m, 수면에서 갑판까지 높이만 3, 4층 건물과 맞먹는다. A화학선은 그나마 옆구리에 이동식 철계단이 설치돼 있었지만 줄사다리를 내려주는 배도 있다. 한 검역관은 너울이 심했던 5년 전 겨울 사다리를 타고 배에 오르다가 바다로 추락한 적이 있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면 와류(渦流·소용돌이) 때문에 순식간에 배 밑으로 끌려들어가 목숨까지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2인 1조로 짝을 이룬 검역관은 배에 오르자마자 선장으로부터 보건상태신고서 등 검역 서류를 제출받고 선원 23명의 체온을 일일이 측정했다. 결과는 정상. 한 명이라도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선원들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륙할 수 없다. 검역관은 이어 주방의 싱크대와 쓰레기통, 화장실 변기 등에서 오물을 채취했다. 수거한 시료는 검역소로 가져가 감염병 매개체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날 검역관 2명이 축구장 3분의 2 넓이인 A화학선을 검역하는 데 들인 시간은 1시간. 여수검역소 소속 검역관 9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한 해 9290척, 하루 평균 25척을 검역해야 한다. 번갯불에 콩 볶는 수준이다. 크기가 63빌딩과 맞먹는 20만 t급 선박에도 2시간 이상 투자하기 어렵다. 검역소 관계자는 “솔직히 언제 허점이 드러날지 장담하지 못하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검사실 인력도 부족해 채취한 오물을 분석하는 데 최소 2, 3일이 걸린다.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2014년엔 비브리오패혈증균과 장염비브리오균이 검출된 한 중국 선박이 아무 제재 없이 일주일간 국내 여러 항구를 돌아다닌 사례도 적발됐다. 또 1980년대 모든 검역정이 세관 감시정으로 통합된 이후 급한 검역도 행정 절차를 밟아 세관에서 배를 빌려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검역소가 감시하는 선박·항공기는 2010년 19만4936대에서 지난해 41만3724대로 늘었다. 하지만 전국 검역소 13곳의 인력은 335명에서 325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세관(2948명)이나 출입국관리사무소(1201명)는 물론이고 동식물을 검역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452명)보다 적다. 박기준 여수검역소장은 “‘보이지 않는 적’인 감염병을 상대하다 보니 아무리 꼼꼼하게 감시해도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다.

여수=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